▲ 이미숙, 이보희, 장미희, 나영희 (왼쪽부터) | ||
상영전에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13편. 주연을 맡은 여배우도 11명에 이른다. 3편의 영화에 출연한 정윤희를 비롯해 주증녀 윤정희 문희 염복순 장미희 이미숙 이보희 안소영 오수비 나영희 등이 바로 그들.
이 가운데 문희와 윤정희(60년대), 정윤희와 장미희(70년대), 이미숙과 이보희(80년대) 등 태반이 이른바 한국 영화계의 시대별 ‘트로이카 계보’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영화 속에서 절제와 욕망 사이에서 번뇌하는 여성상을 만들어냈다면 안소영과 오수비, 그리고 나영희 등은 본격적인 ‘육체파 여배우’의 시대를 개척한 80년대 에로영화 전성기의 스타들이다.
60년대의 대표적 여배우 문희는 이번 상영작 <벽속의 여자>(69년·박종호)에서 성불구가 된 약혼자와 성에 눈을 뜨게 해준 유부남 사이에서 고뇌하는 여인 ‘미지’ 역으로 열연한다. 당시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는 남진과 남궁원. 지난 71년 결혼 이후 연예계를 떠났던 문희는 현재 백상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시 60년대의 ‘원조 트로이카’ 가운데 한 명인 윤정희는 상영작 <내시>(68년·신상옥)에서 내시가 되어 궁에 들어온 옛 애인(신성일 분)과 사랑에 빠지는 비련의 후궁 역을 연기한다.
▲ <벽속의 여자> 문희, <산불> 주증녀, <성숙> 염복순, <죽음보다 깊은 잠> 정윤희,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정윤희, <안개마을> 정윤희,<겨울여자> 장미희, <뽕> 이미숙, <무릎과 무릎사이> 이보희, <매춘> 나영희 (왼쪽위 부터) | ||
또 한 명의 ‘70년대 트로이카’ 멤버였던 장미희의 <겨울여자>(77년·김호선)도 이번 상영전에서 ‘접속’할 수 있다. 여대생 ‘이화’의 성적 방황을 그린 이 영화는 70년대 후반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장미희를 일약 톱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80년대 ‘애마 시리즈’의 신호탄이 됐던 <애마부인>(82년·정인엽)도 상영작 중 하나. 그 시절 최고의 ‘매력녀’로 꼽히던 안소영과 신비로운 예술적 에로티시즘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안소영은 그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새 터전을 일구고 있다.
80년대 한국 영화계는 ‘애마부인’ 시리즈의 흥행에 힘입어 두 편의 충격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보희 주연의 <무릎과 무릎사이>(84년·이장호)와 이미숙 주연의 <뽕>(85년·이두용)이 바로 그 화제작.
‘새로운 자극’이라는 그 시절 영화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무릎과 무릎사이>에서 이보희는 당시로선 매우 충격적인 배역을 소화해냈다. 영화 제목처럼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이 보이는 영화 포스터 역시 장안의 화제였다. 상대 배우는 안성기.
이미숙의 <뽕>은 에로라는 기본 컨셉트에 코믹 요소를 더해 흥행에 성공, 이후 <변강쇠> 등 코믹 에로영화 제작 붐의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나영희가 열연한 <매춘>(88년·유진선)은 사회 고발성이 짙으면서도 사실적인 영상으로 성적인 표현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 이후 제작된 에로 비디오들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