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참 <이종현기자 jhlee@ilyo.co.kr> | ||
오는 6월19일 <가족오락관> 진행 1천회를 기록하는 MC 허참은 프로그램의 인기요인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얼마 전엔 이를 기념하는 디너쇼까지 마련한 그는 지난 32년 방송생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른 것 같았다. 데뷔는 1972년 당시 동양방송 <7대 가수쇼>의 진행을 맡으면서였다. 그러나 ‘허참’ 하면 역시 ‘가족오락관’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가 <가족오락관>의 안방주인이 된 것도 다음 달이면 꼭 20년째. 그의 입을 통해 <가족오락관>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들어보았다.
#1. 한쪽 눈에만 쌍꺼풀이 생긴 이유
허참은 지난 20년 동안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가족오락관> 진행을 쉬어본 적이 없다.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나, 하다 못 해 감기몸살이 걸렸을 때도 마이크를 놓은 적이 없다고. 그런데 그가 개근을 하지 못 한 단 한 번의 ‘사건’에 대한 회고담.
“그때가 87년도였나 그랬는데, 교통사고가 났어요. (절대로 하면 안되는데) 그때 실은 음주운전을 했거든. 차를 몰고 가다가 전봇대를 그냥 들이받았죠. 음, 그 덕분에 이 쌍꺼풀이 생긴 거 아녜요.(웃음) 다시는 술 마시고 운전하지 말란 경고로 알고 그 다음부턴 절대 음주운전 안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실제로 허참은 왼쪽 눈에만 굵은 쌍꺼풀이 있었다. 쌍꺼풀이 한쪽에만 있는 사람을 두고 ‘바람기’ 운운하는데 허참의 쌍꺼풀은 이렇듯 후천적인 이유로 생긴 ‘교통사고 후유증’이었다. 한번은 황달이 걸려 쓰러진 적도 있었지만 그때도 방송을 다 마치고 병원에 실려 갔을 정도로 방송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2.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허참도 처음부터 프로였던 것은 아니다. 실수 하나쯤은 갖고 있을 터. 더구나 그는 대본도 없이 애드리브로 <가족오락관>을 진행한다고 한다. 애드리브를 위해 평소의 학습량도 꽤 많다고 하는데, 웬만한 재미있는 얘기는 다 꿰고 있을 정도라고. 허참은 “호주에 유학갔던 딸이 재밌는 얘기를 번역해서 보내주곤 했는데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참도 웃지 못할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가족오락관>의 오프닝 멘트를 “안녕하세요, <쇼쇼쇼>입니다”라고 외쳐버린 것(허참은 <가족오락관>뿐 아니라 TBC 오락프로그램 <쇼쇼쇼>를 통해서 큰 인기를 누렸었다). 물론 큰 실수는 아니었고 다행히도 <가족오락관>은 녹화방송이라 이런 실수는 편집을 통해 걸러졌다. 사실, 좀 더 ‘쎈’ 실수담을 기대했던 기자와는 달리 허참은 “큰 실수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더 이상의 해프닝을 공개하지 않았다.
▲ <가족오락관>의 한 장면. | ||
<가족오락관> 20년 방송 동안 출연자들은 무려 1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허참 자신도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연예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그 중에서도 “안옥희씨와 이주일씨가 기억에 가장 남는다”고.
“두 분 다 이제 고인이 됐지만, 새하얀 얼굴의 안옥희씨는 항상 밝은 미소를 짓는 분이었어요. 그분의 웃는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이주일씨도 주로 남성팀 주장으로 나와 방송을 재밌게 해주셨는데 안타깝게 가셨죠.”
물론 ‘사고’를 저질러 기억에 남는 출연자들도 있다. 남녀 출연자의 볼 사이에 물체를 끼우고 볼의 촉감으로 어떤 것인지 맞추는 ‘볼과 볼 사이’라는 코너에서 발생한 일.
“워낙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다보니 볼로만 느끼고 풀면 될 것을 코로 냄새도 맡고 혀로 핥아보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음…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웃음) 서로 맛을 보려다가 그만 입맞춤을 해버리지 뭐예요.”
#4. 못 말리는 아줌마들
<가족오락관>을 빛내주는 것은 출연자들뿐 아니라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방청객들이다. 이들은 1백% 주부로만 구성돼 있다. 주로 학부모 모임이나 친목단체 등에서 선별하는데 이들의 모습이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고 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다소곳이 앉아 박수만 보냈지만, 90년대 이후 차츰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바뀌었다는 것. 허참은 “요즘 주부님들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하는 게 없어요. 서로 하겠다고 난리죠. 내가 말려야 할 정도로 적극적이에요. 나랑 같이 콩트도 하고. 참 보기 좋아요.(웃음)”
#5. 그리고 솔직한 고백
“사실 <가족오락관> 출연료는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데, 생각보다 적어요. 한번은 새로온 담당 PD가 ‘이것밖에 안 되냐’며 되묻더라고요. 솔직히 출연료만으론 살기 힘들어요.(웃음) 그래서 이런저런 행사도 다니는데 아직까지 날 불러주는 곳이 많아 고마워요. 하지만 <가족오락관>은 출연료를 떠나서 내겐 행운같은 프로그램이에요. MC는 아무리 많은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천생연분’과 같은 프로그램은 딱 하나밖에 없거든요. 그런 프로그램을 만난 나는 정말 행운아죠. 앞으로 <가족오락관>이 얼마나 더 오래갈지 모르지만, 마이크를 잡고 설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