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유진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혼혈임을 고백했다. | ||
디에나와 제니퍼는 그나마 아버지가 있어 다행이다. 엄마 곁에 아버지가 있음으로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던 것. 외할아버지 호적에 올라 엄마와 자매지간이 되어야 했던 이유진(27)과는 천지차이였다.
그러나 이들 역시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들 앞에선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던 사람들도 돌아서면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라는 속내를 감춘 채 말이다. 이유진은 이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혼혈이란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디에나와 제니퍼 역시 이런 부분들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녹화하거나 분장실에 같이 있다가 돌아설 때 짓는 동료 연예인들의 묘한 표정 속엔 그들의 어머니가 혹시 기지촌 여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하대하는 표정이 역력히 드러난다고 한다.
▲ 김디에나 | ||
“아버지께 맛있는 김치와 불고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색감 있는 목소리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가수로서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가수 소냐. 그녀는 23년 만에 아버지를 만나면서 지난날의 아픔을 모두 날려 보냈다. 흑인과 스페인계 혼혈인 아버지 프레드릭 이노는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시절, 소냐의 어머니와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소냐가 5세 때 근무기간이 종료돼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냐는 8세 때 어머니를 잃었다.
▲ 인순이와 조PD | ||
현실이 괴로울수록 노래에 더욱 매달렸던 소냐. 그녀가 호소력 있는 짙은 목소리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었던 건 다 그 당시의 아픔과 인내의 결과일 것이다.
유난히 까만 피부와 뽀글뽀글 칡넝쿨처럼 얽힌 머리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인순이. 그녀가 다시 뜨고 있다. 날개를 활짝 펴고. 가요계의 이단아 조PD와 함께 부른 ‘친구여’가 인기를 모으면서 각종 프로그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가 하면 얼마 전 열린 국회 개원식에 초대돼 축가를 부르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엄숙주의와 권위주의의 대명사인 국회에서 ‘튀기’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던 혼혈가수가 무대에 선 것이다. 그 순간 인순이의 머리 속엔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다고 한다.
“아이가 저 많이 닮았을까봐 걱정 많이 했어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초등학교 다니는 딸을 둔 인순이. 그녀는 아직도 세상의 시선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녀가 유명한 학자의 딸이거나 백인 혼혈이었으면 얘긴 또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