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김윤하
대의민주제 하에서 왕인 국민은 자신들을 대표할 대표자를 잘 뽑고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며 끊임없이 요구하여야 하고 대표로 뽑힌 자는 항상 국민의 눈치를 보고 정책을 입안하며 다음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심판을 받음으로써 양자 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왕 노릇을 해야 할 국민은 그 권력을 스스로 버렸다. ‘감시’, ‘통제’, ‘요구’는 커녕 수족 노릇을 할 대표자를 뽑는 일 조차 대충대충 하거나 혹은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는 이가 많다. 그러니 어느 수족이 왕의 눈치를 보고 왕에게 충성하겠는가! 상황이 이러한데 바른 정치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욕심이 아닌가 싶다.
현명한 국민은 현명한 정치가를 만들고 위대한 국민은 위대한 정치가를 만든다고 한다. 옛날 중국 전국시대에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편작’이라는 명의가 있었다. 그의 형제들이 모두 의술에 종사하였는데 유독 그 만이 가장 유명했다.
어느 날 위문왕은 그 이유가 궁금해서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 삼형제는 모두 의술이 정통한데 도대체 누가 가장 훌륭한가?” 편작이 “큰 형님이 가장 훌륭하고, 둘째 형님이 그 다음이고, 제가 가장 못합니다.”라고 답하자 위문왕은 “그런데 왜 그대가 가장 유명한가?”라고 되물었고 편작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큰 형님은 상대방이 아픔을 느끼기 전에 얼굴빛을 보고 그에게 장차 병이 있을 것임을 알고 그가 병이 생기기도 전에 원인을 제거하여 상대방은 아파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받게 되고 따라서 큰 형님이 자기의 고통을 제거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큰 형이 명의로 소문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형님은 상대방이 병세가 미미한 상태에서 그의 병을 알고 치료를 해줍니다. 그러므로 이 경우의 환자도 둘째형이 자신의 큰 병을 낫게 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병이 커지고 환자가 고통 속에 신음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을 알아보았습니다. 환자의 병이 심하므로 그의 맥을 짚어야 했으며 진기한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의 그러한 행위를 보고서야 비로소 내가 자신의 병을 고쳐주었다고 믿게 되었죠. 내가 명의로 소문이 나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 말에 왕은 “당신 말이 지극히 맞는 말이구나”라며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이 고사는 어떤 일이 벌어진 후에 수습을 하는 것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도중에 조치를 취하는 것만 못하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도중에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만 못하다는 의미로 종종 인용된다.
선거와 정치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뽑아놓은 정치인이 일을 못한다고 나무라기보다는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고 통제하고 요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고 그것보다도 더 좋은 방법은 뽑을 때부터 그 능력과 처신,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인 우리가 가진 권력이며 이것을 제대로 행사할 때 비로소 선거가, 그리고 정치가, 나아가 국가가 바로잡히는 것이다. 유권자로써 국민의 역할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매년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국민들에게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주권의식을 함양하고자 하는 것이 제정 목적이다. 5월 10일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보통선거가 실시된 1948년 5․10 총선거를 기념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앞으로 매년 있을 유권자의 날이 달력에 쓰인 글자로만 존재하는 날이 아닌, 유권자로서의 자긍심을 되새기고 투표와 정치참여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내년에 실시하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는 진정 국민이 주인으로써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 중심의 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영도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김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