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검찰 ‘법원 압박’ 맞불
[일요신문] 3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이 지난 4월 말 기각되면서 법조계 내에선 ‘전관예우’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장 회장의 변호인은 이광범 변호사였고 구속영장을 기각시킨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과거 대법원 사법정책실에서 이 변호사와 함께 근무한 전력이 있기 때문. 당시 사법정책실장이었던 이 변호사를 김 부장이 모시고 근무했다. 특히 장 회장에 대한 영장심사서류에 영장 발부를 의미하는 김 부장의 도장이 찍혔다가 나중에 수정액으로 지운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최준필 기자
법원 내에서도 “장 회장의 영장을 기각시킨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 회장의 죄질이 좋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장 회장은 특히 국내 횡령금액 중 105억 원가량을 영장실질심사 5시간 전에 급히 변제한 데다, 미국 원정도박을 위해 회삿돈을 빼돌리는 과정에 직원들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 회장은 미국 특급호텔 도박장을 드나들기 위해 일반 항공사 대신 전세기를 이용하는 등 사실상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였던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전관예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 회장이 원정도박으로 이미 수차례 사법처리된 바 있고 증거인멸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당시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발끈했던 검찰은 장 회장 친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을 지난 4월 30일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조사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장 부회장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것 자체가 장 회장에 대한 압박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장 회장뿐 아니라 그의 동생인 장 부회장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했다”고 밝혀 동국제강 오너 일가가 수사대상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일 장세주 회장을 다시 소환하며 영장 재청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근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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