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교통’ 주민 발노릇 톡톡
완주군이 오지마을 주민들을 위해 운영 중인 ‘500원 으뜸택시’. 사진제공=완주군
이른바 벽지 주민의 비용부담은 줄이고 교통편의는 늘린 ‘착한 교통’은 전북 정읍·남원·완주·진안·임실·부안 등지에서 100원 택시·통학택시·DRT·장애인 콜택시·마을택시 등 지역별로 이름은 다르지만 벽지 주민과 교통 약자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완주군이 지난해 11월부터 운행하고 있는 ‘500원 으뜸택시’는 주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중앙정부의 농촌형 교통 모델 발굴 사업으로 선정된 이 제도는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산간 오지 마을에 택시를 투입해 주민들이 500원만 내면 읍·면 소재지까지 태워 주는 것이다. 운행 요금의 차액은 지자체가 보전해 준다. 완주군은 현재까지 8000여 명이 이용하는 등 지역 주민의 호응이 뜨겁고 신규 운행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자 최근 8개 읍·면, 32개 마을로 확대했다.
정읍시도 버스가 다니지 않는 시골마을 주민을 위해 100원만 내고 탈 수 있는 ‘복지택시’를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승강장까지 거리가 1㎞ 이상 떨어진 마을 28곳이 대상이다. 마을회관에서 버스 승강장까지, 또는 마을회관에서 읍·면 소재지까지 운행된다. 요금은 승강장까지는 100원, 읍·면 소재지까지는 1000원이다. 사실상 ‘무상택시 혹은 반값 택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안군은 버스 요금인 1300원을 기본요금으로 한 마을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속칭 ‘100원 택시’는 오지마을 학생들의 통학수단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오지가 많은 남원시와 완주군, 임실군, 진안군 등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통학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까지 요금이 1000원이다. 차상위 계층 학생은 500원 또는 무료다. 이 택시를 이용하는 학생 대부분은 그동안 버스 승강장까지 30분 안팎을 걸어 나와야 했다.
진안군은 지난해부터 무진장여객(농어촌버스) 이용 요금을 현행 거리요금제에서 단일요금제(기본요금 1300원)로 변경해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진안군 주천면 내처사의 경우 진안터미널에서 내처사까지 기존 구간요금이 4450원으로 군에서 제일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됐지만, 단일요금제 시행 후 군민들은 1300원만 지불하고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전북도는 이름부터 생소한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 시범사업을 전국 처음으로 시행한다. 이 시스템은 농어촌의 시골마을까지 운행하던 농어촌버스를 읍·면사무소까지로 단축하고 기존의 나머지 노선은 승합차나 택시로 대체하는 것이다. 읍·면사무소에서 내린 뒤 승합차와 택시로 바꿔 타고 마을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일반 버스들이 적자를 이유로 운행을 꺼리는 산간 오지 마을과 벽지 노선이 사업 대상이다. 시범지역은 정읍시와 완주군이 선정됐다. 두 지자체는 1억 5000만원씩을 지원받으며 5월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지자체 재정부담 문제다. 장기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DRT 도입 역시 숙제를 안고 있다. 기존 노선을 운영 중인 버스업체가 DRT 도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승차인원이 10명도 안 되는 벽지 노선이지만 기존 버스 회사들은 DRT 도입에 따른 수익성 감소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 벽지 주민들의 교통편익 증진과 기존 버스업체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을 어떻게 잘 조율할 수 있는지 여부가 DRT 사업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 고재찬 건설교통국장은 “다양한 교통복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농어촌 지역 등 교통 소외지역 교통약자의 이동편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시범운행 뒤 면밀한 분석을 통해 사업 확대 여부 등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