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선 이건 중간급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
지난 4월 25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네팔 전역이 시름을 앓고 있다. 진도 7.8 규모의 강진이었던 이번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은 30일 현재 4000명을 넘어선 상태.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많은 최소 8000명에서 많게는 1만 명가량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34년 대지진 후 81년 만에 벌어진 이번 참사에 네팔은 물론,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지진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앞으로 수개월 또는 수년간 계속해서 크고 작은 규모의 지진이 더 발생할 수 있으며, 어쩌면 최대 9.0 규모의 메가톤급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또한 지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는 대륙들이 주기적으로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지구의 판 운동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려운 것은 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4월 29일(현지 시간) 네팔 카트만두 타멜의 한 대학병원에서 지진으로 엄마를 잃고 머리에 부상을 당한 마야따마 양이 침대에 앉아 울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오래 전부터 카트만두는 지진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진 발생 지역으로 꼽았던 곳 가운데 하나였다. 이와 관련, 네팔지진기술국립협회(NEST)는 “네팔에서는 8.0 규모의 강진이 75년을 주기로 반복해서 일어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단지 그 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뿐 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진 전문가들은 불과 지진 발생 일주일 전 카트만두에 모여 대지진을 예측했었다. 당시 모였던 50명의 지진 전문가들은 역사적 주기에 따라 머지 않아 네팔에서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1255년에 한 차례, 그리고 1344년에 다시 지진이 일어났던 것을 미뤄 짐작컨대 분명 일정한 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가장 최근에는 1934년에 규모 8.1의 대지진이 일어났다고 지적하면서 조만간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당시 학회에 참석했던 케임브리지대학의 제임스 잭슨 교수는 “나는 이번 지진이 일어났던 바로 그 지역을 걸으면서 곧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지진은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악몽과도 같은 것이었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지질적으로 정확히 우리가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한편 네팔 지진의 피해가 더욱 컸던 이유에 대해 ‘지진은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은 “불법 건축물과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피해 규모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지진학자들 사이에서 ‘지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정설로 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오래 전부터 수많은 지질학자들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해 있는 카트만두의 지리적 특성 외에도 밀집된 도시 인구, 느슨한 건축법, 취약한 콘크리트 구조물 등이 더 큰 참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해 왔었다.
4월 26일(현지 시간) 카트만투 인근 박타푸르에서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아래는 히말라야. 연합뉴스
높은 인구 밀도 역시 히말라야 지역의 지진 참사를 부추기는 이유다. 2011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히말라야 지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는 1950년 히말라야 대지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갠지스 지역의 도시 인구는 10배 증가했다. 당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깔려 숨진 사람은 1만 9500명이었지만 오늘날 히말라야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경우에는 5000만 명가량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밖에 네팔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부탄, 인도, 파키스탄 등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들 역시 히말라야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지진이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고 경고하면서 다음에 일어나는 히말라야 지진은 이번 지진보다 훨씬 더 강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지진학자인 로저 빌햄은 “4월 25일 일어났던 리히터 규모 7.8의 지진은 피해는 크긴 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규모 8.0 이상의 ‘히말라야 대지진’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인도 IIT 카락푸르 공과대학의 상카르 쿠마르 나스 교수는 이보다 더 암울할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지진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 가운데 중간 규모의 지진이었다. 힌두쿠시 산맥에서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 이르는 2500㎞ 지역에서는 이보다 더 규모가 큰 지진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에 일어난 7.8 규모의 지진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7.8 규모의 지진이 여러 번 일어나는 것이 차라리 9.0 규모의 지진이 한 번 일어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규모 7.8의 지진이 40~50번 일어날 경우 9.0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히말라야 인근에서 지진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이는 히말라야가 위치해 있는 두 대륙인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인 이 충돌로 인해 인도판은 1년에 5㎝씩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매년 약 2㎝씩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이 1년에 1㎝씩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0만 년마다 10㎞씩 높아지는 셈이다.
인도와 티베트 국경을 따라 2900㎞에 걸쳐 자리 잡고 있는 히말라야 산맥 역시 과거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서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솟아오른 산이다. 4000만~5000만 년 전 호주 대륙 인근의 섬이었던 인도판이 서서히 이동해 아시아 대륙과 부딪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던 히말라야에는 현재 2253㎞에 걸쳐 단층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 곳곳에서 지진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초대륙’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여러 대륙들이 모여서 만들어지게 될 하나의 거대한 이 대륙을 가리켜 ‘초대륙 아마시아’ 또는 ‘초대륙 울티마’라고 부른다. 이는 지구의 대륙이 과거 오랜 기간에 걸쳐 서로 모였다가 다시 분리되면서 끊임없이 그 모습과 위치를 바꾸어 왔다는 가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령 3억 년 전에 존재했던 ‘판게아 초대륙’은 모든 대륙들이 하나였던 거대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러다가 2억 년 전부터 서서히 분리되기 시작하다가 1억 년 후에 대서양이 생겼고, 마침내 오늘날과 같은 대륙과 해양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흩어졌던 대륙들이 다시 하나로 모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미 유라시아 대륙과 맞닿아 있는 인도판은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태평양판은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 아래로 들어가고 있고, 대서양판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지구의 대륙판이 지금과 같이 계속 움직인다면 5000만 년 후에는 대서양은 더 넓어지고,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이 충돌해 지중해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호주 대륙은 매년 7㎝씩 북쪽으로 이동해 남동아시아와 충돌하고,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는 서로 맞닿게 된다.
그리고 1억 년 후에는 대서양이 남북아메리카 대륙의 동쪽 해안 아래로 들어가기 시작하고, 2억 5000만 년 후에는 대서양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남북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가 모두 한데 모인 초대륙, 즉 ‘아마시아’가 형성된다.
지진학자인 피터 스핑크스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를 통해 “2억 년 안에 새로운 초대륙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견했으며, 최근 네팔을 여행했던 커틴대학의 지질학자인 장시앙리 박사는 “인도판, 유라시아판, 그리고 다른 대륙판이 천천히 함께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대륙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시앙리 박사는 “이렇게 초대륙이 형성되기까지는 적어도 수천만 년, 어쩌면 수억 년이 걸릴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를 중심으로 대륙이 모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전문가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모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가 하면, 북극을 중심으로 모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가장 최근의 초대륙이었던 ‘판게아’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3억 년 전에 형성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판게아’는 지구 역사상 3~4번째 초대륙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10억 년 전에는 ‘로디니아 초대륙’이, 그리고 18억 년 전에는 ‘누나 초대륙’이 존재했었다.
한편 이런 대륙 이동설을 처음 주장했던 사람은 독일의 과학자인 알프레드 베게너였다. 그는 1912년 지구의 대륙들이 신기하게도 직소 퍼즐 조각처럼 들어맞는다며 이런 주장을 한 바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다음 대지진 위험 지역은? 테헤란 수십년 안에 강진 발생 확률 90% 다음 대지진 발생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다음은 미 시사주간 <타임>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꼽은 가장 위험한 세 지역이다. ▲ 이란 테헤란 <로이터>에 따르면 앞으로 수십 년 안에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은 90%에 달한다. 지리적인 위치 외에 허술한 건축 규정도 문제긴 마찬가지다. 새롭게 지어진 건물들은 내진 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진에 대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만일 6.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터키 이스탄불 터키는 강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은 10만 명을 넘는다. 터키의 수도인 이스탄불에서는 2030년까지 7.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60%에 달한다. 이런 위험을 일찌감치 인지했던 터키 정부는 그간 이스탄불의 공공건물을 개선하는 데 많은 금액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건축법을 무시하고 불법 건물을 짓는 사람들 때문에 지진이 일어날 경우 피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캘리포니아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LA는 2038년까지 규모 6.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70%가량 된다. 가장 근래 발생한 지진은 1994년 노스리지에서 발생한 6.7규모의 지진이었으며, 당시 57명이 사망했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30년 안에 규모 8.0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예측했던 4.7%보다 오른 수치이다. 미지질학조사기구(USGG)는 7.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최소 1800명이 사망하고, 5만 명이 부상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미 서부 지역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유력한 곳으로는 샌안드레아스 지진대에 속해 있는 모하비 사막도 꼽히고 있다. 모하비 사막에서는 30년 안에 규모 6.7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확률이 19% 정도 된다. 반면 샌안드레아스 지진대의 북쪽에 위치해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6.4%로 확률이 낮은 편이다. 이유는 비교적 최근인 1906년에 규모 7.0의 대지진이 한 차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