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의 문재인 대표가 성완종 사건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몸통”이라고 공격하는 모습에서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진 수뢰사건 때 처음 등장했던 ‘깃털론’이 연상됐다. 그 때 야당은 한 용의자가 자신은 ‘깃털’일 뿐이라고 하자 ‘몸통’은 대통령이라고 공격했다.
참여정부에서 이뤄진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한 두 번의 사면에서 청와대의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결재 라인에 있었던 그였다. 자신의 책임문제가 거론되자 그는 “참여정부에서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면서 “퇴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을 배려한 사면”이라고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떠넘겼다.
성완종 사건에서 문 대표가 먼저 할 일은 자신의 대선 경선 및 본선 과정에 성 회장으로부터 들어온 정치헌금이 없었는지를 살피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흔적이 없다면 떳떳이 그 사실을 밝히고 나서 몸통 얘기를 꺼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임기 중에 같은 범죄자를 두 번이나 사면한 것은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결정이다. 그런 잘못을 먼저 인정을 하고 나서 돈을 받고 해준 사면이 아니고, 책임이 후임 대통령에게도 있다고 해도 늦지 않을 일이었다.
그 점에서 문 대표 대응에는 시대변화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 자기 성찰이 없이 남만을 공격해선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오리발부터 내미는 사람치고 유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국민들은 오랜 경험칙으로 알게 됐다. 성완종 스캔들에서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가 의혹만 증폭시킨 이완구 총리도 그런 경우다.
성 전 회장의 뇌물 리스트는 자신의 곤경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통령 측근의 정권실세들의 명단일 뿐이다. 자신의 곤경이 참여정부에서 발생했다면 역시 그런 실세들의 이름이 올랐을 것이다. 실세 여부 외에 고려 사항은 자신에 대한 동정의 표시 여부 정도였던 것 같다. 선거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이 같은 성완종 리스트의 이면을 유권자들이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흔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새정치를 탈당한 천정배 정동영 후보라는 분열적 요소로 인해 새정치가 전패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새누리당 압승의 원인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
성완종 스캔들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새정치가 전패한 것에서 정치인의 부정부패에 관한 한 여야가 같다는 국민적 인식을 보게 된다. 새정치는 분열을 막으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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