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직원들 주장 “회장이 법당 차리고 직원들 노동력 요구”
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김영사 건물 전경. 김영사 설립자 김강유 회장이 다시 경영권을 손에 쥐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해 5월 김영사엔 큰 변화가 있었다. 국내 출판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기획했던 박은주 김영사 대표가 전격 사퇴한 것이다. 지난 1983년 편집장으로 입사한 이후 31년, 1989년 사장 취임 이후 25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 김영사 측은 박 대표가 출판유통과 관련한 회사 내부 문제와 사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후 김영사에는 파란이 일었다. 다시 경영권을 손에 쥔 김강유 회장이 박 아무개 상무, 이 아무개 본부장, 박 아무개 팀장, 세 명을 해고하면서부터 문제는 불거졌다. 이유는 이들이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것. 그러자 이들 세 명은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해고가 부당하다며 ‘해고무효확인의소’를 제기했으며, 회사는 맞불 작전으로 이들을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 세 명의 직원이, 김영사와 홈쇼핑 벤더 계약을 맺고 김영사 책을 홈쇼핑에서 판매한 출판 총판 업체 사장 이 아무개 씨와 공모해 회삿돈 총 208억 원을 횡령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안산지청과 김영사 등에 따르면 최근 이들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이 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들을 변호한 김광수 변호사는 “해고무효확인의소를 담당하고 있는 북부지방법원 재판부에서 우리 측 의뢰인들에 대한 형사 고소 건 결과를 보고 다시 재판을 하겠다고 해서 재판이 멈춰진 상태다. 이제 결과가 나왔고 이 증거들을 갖고 최근에 재판부에 기일 신청을 했다. 조만간 민사소송이 다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김영사와 전직 직원들 간 송사 취재 과정에서 복수의 김영사 전직 직원들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김강유 회장이 경기 용인에 무허가 법당을 차리고 설법을 진행한다는 사실과 이를 이용해 직원들의 돈과 노동력을 요구했다는 제보였다.
김강유 회장
그동안 김영사의 오너와 관련해서는 소문만 무성했다. 김강유 회장이 대중 앞에 단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영사의 한 전직 직원은 “김 회장은 부처님 행세를 하는 사람이었다”며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서울 가회동에서 합숙 생활을 했다. 돈과 노동력을 시주 명목으로 바쳐야 했다. 간판은 물론 불상조차 없는, 그냥 거실 같은 곳에서 방석만 깔고 염불을 외는 김강유 회장에게 삼배를 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 마북동으로 법당은 확장 이전했으나 여전히 간판은 없고 ‘○○농장’ 내에 법당이 설치됐다는 것이 이 전직 직원의 증언이다. 또 다른 전직 직원도 “나는 신도는 아니라 법당에 정기적으로 출입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 가 본 적이 있다. 불상 같은 것은 없고 그냥 거실에 방석 정도가 있었던 게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전직 직원들은 김 회장이 김영사로부터 수백억 원을 배임·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김영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김 회장은 회사에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약 8000만 원의 연봉을 꾸준히 받아왔다. 구체적으로 김 회장은 김영사로부터 2003년 7500만 원, 2004년 8200만 원, 2005년 7900만 원, 2006~2007년 8100만 원, 2008년 이후 8500만 원의 연봉을 계속 받아 왔다.
김 회장은 또한 급여 외 별도로 월 1000만 원을 받았고, 개인차량 기사의 급여를 챙겼으며, 김영사가 구입한 고급 외제차(벤츠) 등을 타고 다녔다. 개인 대여금, 자신의 형인 김 아무개 씨가 대표로 있는 한 회사에 대한 대여, 대출 및 연대보증은 물론 개인 해외여행에도 회삿돈을 썼다. 김영사에서 회계책임을 맡았던 전직 직원은 “김 회장은 회사에 근무를 안 하면서 급여를 가져가고 회사 명의의 외제차를 몇 대 구입해서 쓰곤 했다. 이는 다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박은주 대표의 사퇴 이후 경영에 복귀한 김 회장이 직원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이른바 ‘공포 경영’을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가을께 퇴사한 전직 직원은 “김 회장이 해고한 직원들의 컴퓨터를 변호사 사무실로 가져가 그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뒤졌고, 그후 모든 직원들로부터 컴퓨터를 뒤져도 된다는 서약서를 받기까지 했다”며 “직원들은 회사에서 사실상 절대 복종을 강요당하며 불안감 속에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만든 ‘김영사 사람이 알고 마음에 새겨 실행할 일(명심문)’ 23개 항목 중 9번째인 “우리는 매사에 ‘예’하는 것이 세상의 모든 오해와 갈등과 싸움을 해소하는 실마리임을 알아서 모든 사람을 (일단) ‘예’로써 대한다”가 김 회장 경영 복귀 후 공포 경영의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전직 직원의 부연 설명이다. 김영사 전 임직원은 김 회장이 만든 23개 항목의 명심문을 모두 외워 매일 아침 조회 때마다 돌아가며 내용을 낭송한다.
김강유 회장 측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전직 직원들과의 송사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 임원과 얘기하라”고만 말했다. 김 회장의 최측근인 고위 임원은 “김 회장에게 문제가 있다면 전직 직원들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실제 전직 직원들이 김 회장에 대한 각종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어 향후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변호사는 “김 회장의 배임·횡령 부분에 대해서는 객관적 자료를 갖고 있다”면서 “그동안 김영사가 전직 직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횡령) 건에 대한 방어부터 하고 공격을 하려고 기다렸을 뿐이다. 일단 의뢰인들이 횡령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김 회장을 ‘무고’ 혐의로 고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김 회장의 개인적 배임·횡령과 관련해서는 조세포탈에 대해 국세청에 고발을 준비 중이다.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것들은 의뢰인들이 원하면 바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 남양유업식의 밀어내기 판매 강요 행위에 대해서도 공정위에 진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김영사는 어떤 곳? 국내 최초 단행본 밀리언셀러 기록 박은주 대표 재직 시절인 1994년 국내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 2004년 한국출판인회의가 수여하는 올해의 출판인상,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 공로로 대통령 표창, 2006년 중앙언론문화상과 한국출판문화대상을 받았다. 민음사, 웅진씽크빅 등과 함께 국내 단행본 메이저 출판사로 꼽힌다.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