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 난 성공신화…정치권까지 파장
굽네치킨이 가맹점주들에 영업지역 일방적 축소 요구로 공정위로부터 2억 1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영업지역을 현재 새로운 굽네치킨 가맹점 계약에 일반적으로 부여하는 규정 세대수 수준으로 변경하여야 합니다. 이에 따라 현 매장의 주소지인 ○○동에서 재계약 희망 시 ○○1, 2동과 △△동 일부(약 1만 4500 세대)를 영업지역을 변경해야 합니다.”
‘가맹점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재계약 안내 건’이라는 제목으로 지엔푸드가 한 가맹점에 보낸 재계약 안내공문의 ‘재계약을 위한 당사의 선결 요구 사항’ 중 일부다. 이 공문은 이어 “당사에서는 ‘재계약을 위한 당사의 선결 요구 사항’의 조건 이행 및 동의 시 귀하와 2년간 재계약 갱신 의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해당 가맹점이 지엔푸드로부터 이 공문을 받을 당시 영업구역은 약 2만 3867세대였다. 즉 이 공문을 통해 지엔푸드는 영업지역 축소를 해당 가맹점이 받아들여야만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통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지역을 자의적으로 줄인 지엔푸드에 최근 시정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과징금 2억 17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가맹점 사업자의 부당한 영업지역 축소와 관련된 최초의 시정조치다. 가맹점 사업자가 영업지역을 줄이게 되면 지엔푸드는 새 점주를 모집해 로열티 등 사업비를 더 받을 수 있어 이득이란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엔푸드는 지난 2008년 12월 29일부터 2010년 8월 30일 기간 동안 서울 목동 등 130개 가맹점 사업자들에 ‘재계약을 위한 선결사항’으로 영업지역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통보하고, 2009년 3월 9일부터 2010년 12월 26일 기간 동안 영업 지역을 이전보다 축소해 계약을 갱신했다.
130개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지역 내 평균 세대 수는 종전 2만 1503세대에서 재계약 이후 1만 3146세대로 평균 8357세대가 감소됐으며, 최대 감소율은 68.9%에 달했다. 또 영업지역이 축소된 가맹점 사업자의 68%에 해당하는 가맹점 사업자가 매출액 감소를 경험했다. 최대 매출액 감소율은 37.1%였으며 10개 가맹점은 폐업에 이르기도 했다.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
하지만 지엔푸드 측은 오히려 가맹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엔푸드 관계자는 “이번 제재와 관련, 5월 말에 공정위로부터 공문을 통지 받기로 돼 있다. 우리는 계약서상에는 가맹점들로부터 로열티를 받기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있다. 영업지역을 축소하게 된 것은 기존에 한 가맹점이 담당하는 구역이 너무 넓다보니 감당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들에 비해 영업지역은 여전히 넓어 영업지역 축소로 인해 매출이 축소되고 폐업을 하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엔푸드의 갑질 논란은 국회로까지 옮겨갔다. 지엔푸드 홍경호 사장의 친형이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인 까닭에서다. 지난해 경기 김포 7·30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홍 의원은 후보자 등록이 끝난 후에 지엔푸드 사내이사로 등록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굽네치킨 창업주인 동생의 성공신화에 무임승차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희용 부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작년 7·30 재·보궐 선거에는 ‘굽네치킨의 성공신화’로 자신을 포장했던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가 있었다. 굽네치킨 성공신화에 힘입어 그는 당선됐고 현재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다. 당시 홍 의원에 대해 실제 경영주인 동생의 성공신화에 무임승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본인은 한사코 굽네치킨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해명했다”며 “홍 의원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굽네치킨의 성공신화에 편승만 하지 말고 공인이 된 이상 그 뒤에서 벌어진 못된 갑질에 대해서도 응당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치킨업계 일각에서는 차제에 브랜드 가맹본부의 부당한 갑질 행태를 척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까지 한 치킨 브랜드 가맹점주였던 김 아무개 씨는 “가맹본부가 가맹점 지역이 포화상태라 가맹점 확장이 어려울 경우 여러 가지 꼼수를 이용해 확장을 하는 형편이다. 로열티는 내는 데가 있고 안 내는 데가 있는데, 내지 않는 곳의 경우 재료비라고 해서 본부로부터 닭부터 시작해서 식용유까지 일괄 구매해야 한다”면서 “문제는 그 재료비라는 게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식용유 값이 개별적으로 다른 데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별적으로 재료를 구입하는 것을 ‘사입’이라고 하는데 사입을 하다 가맹본부에 걸리기라도 하면 벌점에 영업정지까지 당하게 되니 아무리 본부가 비싸게 재료비를 책정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