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홍보전문가’로 영입된 조동원 전 본부장은 이후 당의 모든 홍보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 색깔 역시 파격적인 빨강색으로 바꾼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11월 오피스텔 임대업자 정 아무개 씨가 올린 ‘18대 대선 불법 SNS 캠프’ 탄원서에 따르면, 정 씨의 오피스텔에서는 SNS 활동 외에도 새누리당 당명 로고 작업 및 홍보 운영단 등이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탄원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에스트레뉴 빌딩은 새누리당 공식 캠프가 있던 여의도 대하빌딩 못지않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무상 임대 요청이) 총선이 끝나고 바로 왔다. 조동원 씨가 가장 먼저 옮겨 왔다. 지금도 1703호에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기자가 최근 1703호를 방문했을 때, 상주해 있던 한 청년은 ‘조 전 본부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는 대답 대신 “지금 안 계신다”라고 응대했다. ‘여기가 조 전 본부장 사무실이 맞느냐’는 질문에 “가끔 오신다. 최근에는 잘 오지 않으신다”라고 답했다.
조 전 본부장은 이 같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문자메세지를 통해 “경매로 전 재산이 넘어갈 위기인 집주인의 억지주장”이라면서 “총·대선 때 저는 새누리당에 있었다. 새누리당 사무실에서 할 것을 구태여 다른 곳에서 할 이유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조 전 본부장은 ‘에스트레뉴를 이용한 적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후배인 오 아무개의 사무실(1703호)이 있어 가끔 들른 적은 있다. 최근에는 없었다”면서 “이 기회에 어려움에 처한 후배를 도왔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 씨 측은 “조동원 씨가 이전부터 해당 사무실을 사용하다 선거가 끝나고 법인명으로 계약해 지금까지 임대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법인으로 계약이 돼 있어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조 전 본부장과의 인연으로) 임대료를 파격적으로 깎아줬다”라고 밝혔다.
조 전 본부장 후배인 오 씨 역시 지난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동원 선배 소개로 싸고 좋은 곳이라며 들어왔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집주인 재산이 경매로 넘어가 나가지도 못하고 보증금(5000만 원)만 그대로 날리게 된 상황은 맞다. 한쪽 이야기만 듣지 말라”고 전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 여의도 불법 캠프 및 대선자금 수사에 관한 특검을 본격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 때 당무조정본부장을 맡았던 서병수 부산시장이 연루된 만큼 공소시효가 지난 공직선거법 대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충분히 수사 대상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