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들으면 선수 선발 불이익” 20여차례 걸쳐 2억여원 받아
지난 2011년 대한수영연맹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상임이사로 위촉된 김 씨는, 이듬해에는 수영연맹 이사회 자문기구인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위원회 위원장, 경기력향상위원회·시설위원회·선수위원회 위원·경기 심판장 등 감투를 점차 늘렸다. 국가대표 선수 및 코치 추천, 선발 심의, 징계 의결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고, 국내 대회의 심판 신청 접수와 배정 권한도 김 씨 손에 들어왔다. 국내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혼자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셈이다. 이즈음부터 김 씨는 학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학부모 2명에게 국가대표 선수 선발과 국제대회 대표선수 선발, 대학 체육특기생 입학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했고, 두 학부모는 딸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2012년 한 해 동안 7차례에 걸쳐 1억 900만 원을 건넸다. 돈을 건넨 학부모의 딸들은 아시안게임 등 대형 국제대회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2012년과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잇따라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김씨는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가대표 선수 부모들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겠다’고 윽박질러 12차례에 걸쳐 7130만 원을 추가로 뜯어내기도 했다.
이밖에 김 씨는 2011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다른 학부모 2명으로부터 “명문 체육대에 특기생으로 입학하려면 교수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1600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2012년 6월에는 전직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국가대표 코치에게 ‘윗선 인사비’ 명목으로 1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김 씨가 20여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뜯어낸 돈은 약 2억 1000만 원이다.
특히 경찰 수사 과정에서 김 씨는 돈을 준 학부모 등에게 “앞으로 선수 선발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해, 개인레슨비와 활동비 등 정상적인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결국 서울 송파경찰서는 김 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최근 구속했다. 지난해 10월 내사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3번 신청했는데 다 기각되고 4번째 청구 만에 구속이 결정됐다. 송파서에서 이 때문에 골치를 많이 썩었다. 또 정보가 샜는지 수사팀도 ‘수사 사항을 유출하지 말라’며 정신교육 제대로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의 구속과 관련해 대한수영연맹은 ‘개인의 문제’라며 파문을 차단하는 모습이다. 수영연맹 관계자는 “김 씨가 개인 클럽을 운영하면서 발생된 일로 파악하고 있으며, 김 씨가 학부모들에게 어떻게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 씨가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 깊이 관여해 돈을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수영연맹은 랭킹 순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구조 자체가 선수가 적은 데다 심판이나 지도자도 적다.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고 심판 배정이나 시합 출전 순서 등에서 많이 노력해 왔고, 단기간에는 힘들겠지만 앞으로도 심판 수를 늘리고 공정성 있게 교육 시키는 등의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