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밝기 자동 조절 “야간운전이 쉬워졌어요”
기아 K9의 풀 어댑티브 헤드램프(AFLS). 이 램프는 주행 여건에 따라 빛을 비추는 방향과 각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유럽은 2~3년 전부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주간주행등을 의무화했다. 미국 교통성(NHTSA)에 따르면 DRL을 도입한 뒤 미국은 차종별로 5~44% 교통사고가 줄었다. 이렇듯 주간주행등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면 주간주행등이 장착되지 않은 차량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쉽다. 낮에 전조등을 켜고 다니면 된다.
그간 자동차 전조등은 자동차의 발전에 맞춰 크게 5단계로 진화해 왔다. 먼저 실드빔 형태. 1975년 포니에 장착됐었다. 두 번째는 필라멘트가 있는 공간에 할로겐 가스를 채운 할로겐 램프. 세 번째는 헤드라이트 본체 속 전구의 빛을 렌즈로 모아서 집중을 시켜주는 방식의 프로젝션타입 헤드 램프. 네 번째가 HID. 고압방전등이라고도 불린 HID는 필라멘트 없이 전자가 형광물질과 부딪치면서 빛을 내는 방식으로 기존 램프보다 밝고 선명해 시야가 넓어진다는 장점으로 운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마지막 5단계가 지금의 LED 램프다. LED 램프는 기존 할로겐등보다 최대 4배가량 우수한 전력효율을 갖췄다. 수명이 길어 별도 교체가 필요 없을 정도이지만 가격이 비싸 고급차 위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중 전조등을 질적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HID이다. 다만 HID는 너무 밝아 높이 조절에 실패하면 앞차나 마주 오는 차의 시야를 방해하기도 했다. 대부분 수평 유지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채 HID 램프를 장착한 불법 사례들이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이런 문제로 인해 빛을 알아서 조절해 주는 똑똑한 전조등이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마치 사람의 눈처럼 시각에 따라 눈동자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전조등이 개발된 것이다. 각종 주행조건에 따라 램프의 각도와 밝기를 스스로 조절하는 ‘풀 어댑티브 헤드램프(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와 상·하향등을 자동으로 전환시켜주는 ‘하이빔 어시스트’ 그리고 한 차원 더 발전된 ‘어댑티브 드라이빙 빔(ADB·Adaptive Driving Beam)’이 개발된 것이다.
아우디 주간주행등(왼쪽)과 제네시스에 장착된 풀 어댑티브 헤드램프.
풀 어댑티브 헤드램프, 일명 AFLS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한마디로 주행 여건에 따라 빛을 비추는 방향과 각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램프다. AFLS의 움직임은 자동차의 속도, 스티어링휠의 각도, 브레이크 작동유무 등 다양한 운행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전조등의 비추는 방향과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핸들을 좌측으로 꺾는다면 헤드램프가 평상시보다 좀 더 좌측을 비추고, 우측으로 꺾는다면 좀 더 우측을 비춰 준다. 또 고속도로에서는 전방 원거리 시야 확보를 위해 조명각도를 줄여 빛을 모아 멀리 비춰주고 비가 올 때는 빛이 비에 반사돼 상대편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을 유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빛의 방향을 조절해 상대편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을 최소화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교차로에서 정차하고 있는 경우에는 좀 더 넓은 조사각을 확보해 운전자가 보다 많은 도로 상황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40㎞ 이하로 주행하는 경우에는 표준 조사각도보다 좀 더 넓게 비춰준다.
상향등을 자동으로 끄고 켜는 기능을 하이빔 어시스트라고 한다. 어두운 길을 갈 때 꼭 필요한 상향등. 하지만 이렇게 상향등은 반대편 차선 운전자를 방해한다.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자동차 하이빔 어시스트의 역할이다.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의 하이빔 어시스트는, 어두운 길에서 자동으로 상향등을 켜는데 앞에 차가 있으면 그 자동차가 있는 부분에는 불빛이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즉, 반대쪽 자동차의 불빛을 인식해서 하이빔을 끄고 켜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더 발전한 것이 카메라 센서를 통해 선행차를 감지해 상하향등을 자동으로 전환해주는 기술인 ADB가 있다. ADB 기술은 상시 하이빔으로 운행되다 선행차가 나타났을 때 암영대를 형성해준다. 이로써 운전자는 편하게 운전할 수 있고, 상대차량은 눈부심이 유발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아우디에서 ‘매트릭스 LED’로 불리는 이 기술은 다음 달 출시할 A6와 A7에 선택 사양으로 도입된다. 고급 차량에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신기술이 대중화되는 것이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