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국가대표 장비 반출 못 해 개인 장비로 출국…공연장 변경·행사 취소 잇따라

집회 장기화로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들은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6월 5일부터 경기장 출입구와 창문 등을 봉쇄하면서 회계자료와 법인인감, OTP, 국가대표 훈련 장비 등 핵심 물품이 사무실 안에 묶였다. 이로 인해 회계 처리와 국가대표 지원, 자격 관리 등 주요 행정업무가 중단돼 체육단체들이 수차례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국가대표 선수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도 차질이 생겼다. 핸드볼경기장에는 당구, 댄스스포츠, 산악, 세팍타크로, 수상·웨이크보드, 수중·핀수영, 우슈, 펜싱, 핸드볼 등 9개 회원종목단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 가운데 댄스스포츠와 산악, 세팍타크로, 우슈, 펜싱, 핸드볼은 오는 9월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참가 종목이다.
당장 피해가 가장 큰 종목은 펜싱이다. 한국 펜싱 국가대표팀은 6월 1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이날 출국했지만 협회 사무실에 보관된 펜싱 칼 등 필수 장비를 반출하지 못했다. 결국 선수들은 개인 장비를 급히 빌려 인도 현지로 떠났다.
6월 22일 인천에서 개막하는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도 비상이 걸렸다. 해외 선수단 입국이 시작됐지만 협회 직원들이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비자 발급 협조와 대회 운영 준비 등 필수 행정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가 커지자 대한체육회는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업무 공백으로 인한 피해액이 60억 원까지 불어나고 아시안게임을 앞둔 선수 지원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관련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해 민·형사상 책임을 포함한 모든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장 봉쇄는 공연업계까지 파장을 미쳤다. 핸드볼경기장을 대관했던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연 장소를 88호수 수변무대와 우리금융아트홀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당초 6월 20~21일 공연을 앞두고 6월 17일부터 무대 설치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경기장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행사 직전 장소를 변경하고 취소 수수료 없는 환불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6월 6~7일 열린 2026 위버스콘 페스티벌도 라이브아레나를 관객 휴게공간과 팔찌 배부 장소로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경기장 봉쇄로 사용을 포기했다. 넥슨 역시 메이플스토리 여름 쇼케이스 ‘오버 드라이브’를 행사 닷새 전 핸드볼 경기장에서 경기 고양시 킨텍스로 옮겼다. 핸드볼경기장에는 7월 4~5일 박서진 콘서트, 17~19일 유노윤호 공연,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엔플라잉 공연 등이 예정돼 있어 집회 장기화 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대형 공연은 행사 당일만 공연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일 전부터 무대 설치와 장비 반입, 리허설 등을 진행한다”며 “행사 직전에 장소를 바꾸거나 취소하면 무대 설계와 장비 반입 동선, 좌석 배치, 티켓 운영까지 모두 다시 해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채증 자료를 토대로 집회 참가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수차례에 걸쳐 체육회에 대한 업무방해 행위는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설득했음에도 불법 상황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채증 자료를 토대로 즉시 수사에 착수해 엄정하게 사법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