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5명 비리 의혹 ‘금융강도원’ 비아냥
[일요신문] 금융감독원은 상위 기구인 금융위원회를 제외하면 국내 금융권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검사권과 징계권을 양손에 쥐고 있는 특성 때문에 금융사들에게는 ‘금융 검찰’로 통한다. 검사권을 발동하면 금융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낱낱이 들여다 볼 수 있고, 징계권을 행사하면 최고경영자(CEO)를 퇴진시키는 것은 물론 퇴임 후 재취업까지 막을 수 있다.
이런 막강한 금융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금융감독원장인데, 초대 금감원장(옛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인물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라는 점만 봐도 소위 ‘힘 있는 자리’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말 한마디에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 등이 죽고 사는 상황이다 보니 금감원장은 이권에 개입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자리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역대 금감원장들 가운데 상당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던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은 첫 수장을 지낸 이헌재 전 부총리부터 현 진웅섭 원장까지 10명의 수장 가운데 절반인 5명의 원장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이어왔다.
금감원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시절 위원장을 지낸 1대 원장 이헌재 전 부총리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 2006년 11월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2대 원장인 이용근 전 위원장은 지난 2003년 8월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수감됐고, 3대 원장인 이근영 전 원장은 2007년 1월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와 관련한 ‘김흥주 로비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어 4대 이정재 전 원장은 2006년 5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2011년 6월에는 7대 김종창 전 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불려갔다. 금감원장의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들은 금융권에서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강도원”이라는 비아냥이 생겨난 원인되기도 했다.
이영복 언론인
▶ 저작권자© 일요신문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일요신문i는 한국기자협회,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일요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