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데뷔 시켜줄게 원정 성매매 어때?”
<국제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김윤진 장영남 라미란 등의 이름이 나올 수 있지만 이들 외에도 많은 여배우가 출연한다. 첫 장면인 흥남부두 철수 작전에 동원된 여성 엑스트라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야한 영화의 경우 여주인공의 파격 노출 연기가 주목을 받지만 이들 외에도 노출 연기를 담당하는 여배우는 많다. 짧게 스쳐가는 베드신이나 여성 출연진 여러 명이 동시에 노출을 선보이는 쇼 같은 장면이 등장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장면에서 에로 배우들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노출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때론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는 얼굴만 등장하고 몸은 대역인 여배우가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케팅 과정에서 파격 노출로 화제를 양산한 여주인공만을 기억할 뿐이다.
요즘 이런 여배우들의 중국 진출이 늘어가는 추세다. 일반 관객들은 누군지 잘 모르는 배우지만 유명 영화와 드라마로 프로필을 채운 이들이 꽤 있다. 보통 무명 배우라 불리는 아직 뜨지 못한 배우들이다. 중국이 한국 연예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무명 배우들의 중국 진출 기회도 급증하고 있다. 당연히 유명 영화와 드라마 출연 여배우라는 프로필이 따라가게 된다. 분명 그들도 해당 작품에 작은 배역이나마 출연은 했으니 거짓은 아니다. 조금의 과장은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 배우 출연’이 중국 연예계에서 좋은 홍보거리이기 때문에 이런 캐스팅이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실체는 다른 데 있었다.
최근 역삼동 소재의 한 유명 룸살롱 바지사장이 의논할 사안이 있다며 만나자고 했다. 그가 털어놓은 고민은 바로 오랜 기간 데리고 일한 한 접대여성의 중국 진출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해당 접대 여성은 배우의 꿈을 키우다 포기하고 접대여성의 길에 들어섰는데 여전히 꿈을 완전히 포기하진 못해 단역이나 엑스트라 등으로 몇몇 영화에 출연했다고 한다.
“단골손님 가운데 연예관계자가 몇몇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이 중국 투자자를 소개해줬다. 그쪽에서 우리 애(접대여성)가 영화 몇 편에 나왔다는 얘길 듣고 관심을 갖더니 중국 드라마에 출연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우리 가게에서 처음 그 친구를 보고 관심을 가진 게 아니라 애초부터 그 친구를 보러 우리 가게에 온 거였더라. 중국 진출해서 배우로 잘되면 한국 연예계로 되돌아올 수도 있어 좋은 기회처럼 보였는데 이상한 요구를 하더라. 소위 말하는 성매매 제안인데 사실 하던 일이 일이라 못할 것도 없다. 그런데 중국까지 가서 말도 안 통하는데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중국 남성과 성관계까지 가지며 중국 연예계에 진출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나 역시 혼란스럽긴 매한가지다. 그 중국인을 소개해준 연예관계자에 따르면 그런 식으로 중국에 간 무명 여배우들이 꽤 있다고 하더라. 이건 뭔가 이상한 것 같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한국 연예계에도 이런 병폐가 존재한다. 무명 여배우와 신인 여배우들에게 소위 말하는 성 접대 및 술 접대를 강요하는 일부 연예기획사들이 있는 것. 그런데 중국 사례는 조금 다르다. 중국 연예계 진출을 위해 관계자나 투자자에게 성 접대를 강요받는 게 아니라 애초에 성매매를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면 포주에 해당되는 중국 투자자가 중국 드라마 등 중국 연예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포장만 중국 연예계 진출로 돼 있을 뿐 사실상 해외 원정 성매매다. 게다가 중국 드라마 출연 등의 약속이 실제로 지켜질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어느 어느 영화에 출연했다는 그들의 프로필은 중국 연예계 진출에 활용되는 게 아니라 고급 성매매를 위한 홍보 문구가 돼 중국 업자들의 배만 불리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연예계와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는 연예관계자들은 그들의 중국 연예계 진출 보장이라는 약속이 매우 허무맹랑하다고 얘기한다. 한 중국통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말이다.
“흥행 영화 출연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결코 통할 수 없다. 중국 연예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중국 대중들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자주 접하고 있어 유명 영화와 드라마 출연 배우가 누군지도 잘 알고 있다. 어느 여배우가 유명 한국 영화에 출연했다고 홍보를 하면 하루 이틀이면 사실 여부가 밝혀진다. 매우 짧게 나오거나 엑스트라였던 경우 중국에서도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 정도의 타이틀로 중국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행여 중국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런 무명 여배우들이 부풀린 프로필로 중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중국 연예계 진출의 부푼 꿈을 안고 중국으로 갔지만 현지 업자들에게 속아 성매매만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