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강호 고현정 신동엽 전도연 김현주 배용준(왼쪽부터). 톱스타들의 비싼 개런티는 제작현실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비난을 듣기도 한다. (그래픽 합성) | ||
배우들의 개런티 규모는 이미 억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영화나 드라마 CF 등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배우들의 몸값이 치솟기 시작하며 제작자들의 부담도 커진 것이 현실. 그러나 모든 배우들이 ‘억’ 소리가 나는 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몇몇 톱스타급 배우들만이 일반인들의 연봉보다도 높은 돈을 한편의 CF 촬영으로 받아내며, 드라마 한 편 촬영에 수천만원의 돈을 받는다. 개런티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 영화와 방송계를 이끌어가는 거물들이 누군지 한눈에 들어온다.
송강호가 단연 랭킹 1위다. 그는 올 5월 개봉 예정인 <남극일기>에 출연하면서 ‘5억원+α’의 개런티를 받았다. <남극일기>는 총 제작비 60억원이 투입됐으며, 영화의 45% 정도가 뉴질랜드 현지 로케이션 촬영으로 만들어진다. 뉴질랜드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촬영을 진행한 그는 명성에 걸맞게 지금까지 배우들의 개런티 중 최고액을 받으며 영화에 캐스팅됐다.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가 36억원, 주연배우의 개런티가 평균 3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한다면, <남극일기>는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강호가 최고 개런티를 받는 배우로 ‘등극’하기까지 그가 받아온 개런티의 변천사를 살펴보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의 본격적 데뷔작은 <초록물고기>다. 당시 그가 받은 개런티는 고작 1백50만원. 그랬던 그가 <반칙왕>에서는 흥행 보너스까지 얹어 1억2천만원을 받게 되고,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1억5천만원을 받았다. 이어
한석규 또한 잇따른 흥행 실패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개런티만큼은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배우다. 그는 첫 영화 <닥터 봉>에서 6천만원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어 <은행나무 침대>에서 1억원을 넘어섰고, <초록물고기> <넘버3>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주가는 더욱 높아졌다. 최근 극비리에 촬영된 <그때 그 사람들>에서도 한석규는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4억원 이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최민식은 최근작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4억3천만원의 몸값을 올렸다. <파이란>(1억5천만원), <올드보이>(3억원) 등 전작이 흥행과 동시에 작품성 면에서도 호평을 받자 덩달아 그의 몸값도 뛰었다. 설경구 또한 <실미도>(3억5천만원)와 <역도산>(4억원)을 거쳐 <공공의적2>에서 역시 4억원 정도의 개런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우석 감독이 배우의 개런티 액수를 제한하고 있어 그의 작품에 자주 출연하는 설경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개런티를 받고 있는 셈.
▲ 배용준 | ||
장동건은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고정개런티와 러닝개런티를 포함해 10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린 바 있다. <태풍>에서 그가 받은 개런티는 4억원 선이라고 한다. 함께 출연한 이정재의 개런티도 장동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여배우들의 개런티는 남자배우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전도연이 여배우 중 가장 몸값이 높은 편인데, <인어공주>에서 받은 액수는 3억5천만원이었다. 데뷔작인 <접속>에서 4천만원을 받은 그는 97년 당시 이 영화가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전도연의 몸값도 함께 뛰었다.
그런데 최근 영화 제작비가 늘어나면서 배우들의 개런티도 그의 인지도에 비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장진영이 올 가을 개봉되는 <청연>에서 4억5천만원을 받았고, 하지원 또한 최근 개봉한 <키다리 아저씨>에서 4억5천만원을 기록해 역시 최고 개런티를 뛰어 넘은 것. 여기에 이미연 전지현 김정은 장나라 등이 3억원 이상의 개런티 대열에 올라섰다.
드라마 외주제작이 늘어나면서 드라마 개런티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이다. 고현정이 SBS <봄날>에서 회당 2천만원이 넘는 액수를 받으며 현 최고 개런티를 받고 있는 상황. 오는 3월 방영되는 SBS <패션70s>에서 이요원 또한 ‘2천만원+α’라는 최고 대우로 복귀한다는 소식이다. 이미 SBS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과 김정은이 각각 2천만원을 받아 드라마 최고 개런티를 기록한 바 있다.
이효리 또한 SBS <세잎클로버>에 출연하면서 최고 수준에 맞먹는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효리의 연기자 변신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인지 소속사나 드라마 관계자 모두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미 이효리는 영화 <공즉시색>에 출연하면서 ‘4억원’의 개런티를 받기로 한 것이 알려지며 비판의 목소리를 들은 바 있다. 이 영화는 이효리의 드라마 출연이 확정되며 촬영과 개봉 모두 ‘미확정’ 상태로 연기된 상황. 김현주 역시 SBS <토지>에 출연하면서 회당 1천만원이라는 톱스타급의 대우를 이끌어 냈다.
이영애는 역시 MBC <대장금>에서 회당 2천만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에 드라마가 연장되면서 여기에 회당 개런티도 5백만원씩 더 지급받고, 보너스까지 얹혀 영화에서 그간 별다른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여배우 최고 수준인 4억5천만원의 개런티로 계약했다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히트와 더불어 CF에서의 몸값도 동반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10년 만에 복귀한 고현정을 CF에 ‘모시기’ 위해 KTF 측에서 제시한 금액은 무려 10억원 상당.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고현정의 주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금액이다.
▲ 박경림(왼쪽), 하지원 | ||
이병헌은 남자배우로는 드물게 아파트 광고에 출연하면서 ‘삼성래미안’으로부터 6억원 선의 개런티를 받아 CF부문 톱클래스에 들었다. 배용준 또한 CF시장에서 빅스타로 대접받고 있는 배우. 그는 ‘테이스터스 초이스’ CF 출연으로 7억원 상당의 개런티를 받았고 한국투자신탁증권과는 1년 가전속 조건으로 5억원에 계약한 바 있다. LG텔레콤에도 5억원을 받고 출연중이다. 그러나 배용준은 일본에서의 몸값이 훨씬 높다. 일본의 한 음료 CF와 계약하며 10억원을 몸값으로, SONY전자의 캠코더 모델로는 무려 13억원에 계약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작’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스타들도 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많은 CF에 출연하지 않는 배우들도 있지만, 김정은과 같은 배우는 한 광고회사로부터 호감도가 높은 배우1위를 기록했을 만큼 많은 CF에 출연중이다. 그 역시 영화보다는 CF시장에서 더 주가를 높이고 있는 대표적 인물. 지난해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히트시키며 당분간 김정은의 CF시장에서의 주가도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CF시장은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점 때문에 별다른 활동 없이도 높은 대우를 받고 CF에 나오는 배우들이 있다. 김남주와 고소영은 ‘CF전문배우’라는 쓴소리를 들을 정도로 방송 활동 없이 CF 출연만 꾸준한 배우다. 이들이 한해 CF로만 벌어들이는 액수는 20억~30억원 상당에 이른다.
MC부문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는 인물은 신동엽이다. 그는 오랫동안 MC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SBS에 출연하면서 회당 8백만원 선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 <즐겨찾기>에서 공동MC를 맡고 있는 김용만 또한 비슷한 7백만~8백만원 수준. 그러나 신동엽은 <아이엠>과
여자MC로는 김원희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런티는 남자MC에 못 미치는 수준. 오는 3월 방송에 복귀하는 박경림이 SBS로부터 회당 8백만원 수준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져 신동엽과 비슷한 최고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