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 ‘대권스케줄’ 앞당긴다
요즘 여권에선 “김무성밖에 안 보인다”는 말들이 한창이다. 김 대표의 별칭인 ‘무대’(김무성 대장)는 원래 ‘무대뽀’였다는 설도 있지만 최근에는 ‘독무대’의 줄임말이란 시기 어린 말들이 회자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최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를 주재하면서 “김 대표가 며칠째 집을 나가서 제가 주재한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김 대표의 최근 행보는 단연 ‘대권행보’로 읽힐 수밖에 없을 정도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모디 총리와 면담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객실 내에 10분 먼저 도착한 김 대표는 모디 총리를 기다렸지만 25분여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모디 총리 측으로부터 “교민들과 기념촬영이 진행 중인 복도 한편에서 사진 촬영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 이유는 “시간 없다고 문 앞에서 같이 걸어가면서 얘기하자는 건 (총리가 여당 대표에게 할 수 있는) 예의에 안 맞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짧은 방한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니까 그럴 수 있다. 기분 나쁜 건 아니다”라며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서 잠깐이라도 만났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평소 예를 중시하는 김 대표 성향상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쪽 의견이 많았다.
김 대표는 15일부터 20일까지 지난달 재보궐선거가 이뤄진 지역 4곳을 찾았다. 감사를 표하는 순회 일정이라지만 누가 봐도 광폭행보다. 특히 17, 18일 적지인 전남 광주에선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와 기념식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물세례를 맞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불쾌해하는 내색 없이 오히려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대화합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 행사를 주최한 광주 시민들과 유족들이 김 대표를 찾아와 봉변을 당한 것에 대해 사과했고 김 대표는 “미안해하실 필요가 없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DJ의 성지인 광주에 이어 친노의 고향을 향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대통합 행보’가 고스란히 김 대표에게 옮겨간 모양새다. 이어 김 대표는 26일 경북 구미를 찾아 구미1공단 입주 중소기업과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다. 구미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땅이다. 이날 김 대표는 국회 지방살리기포럼 현장세미나에 초청받았는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PK보다는 TK에서 지지율이 더 높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권에선 최근 조윤선 정무수석의 사퇴에 대해 김 대표가 “조 수석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고 한 것을 두고도 박 대통령을 에둘러 겨냥했다고 해석한다. 4·29 재보선 압승 이후 김 대표의 행보가 심상찮다. 본인의 대권 가도 스케줄을 조금씩 앞당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