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커플 ‘대실’할 때 성대 커플 ‘숲’에 간다
청춘의 열기 후끈 대학교 4곳이 들어선 신촌 일대에 대학가 최대 모텔촌이 형성돼 있다. 한 모텔의 ‘8시간 대실’ 입간판이 눈에 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20~30대 남성이 주된 회원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텔 추천을 부탁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특히 대학 앞 모텔을 추천해달라는 글에는 학교 별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된 학교의 재학생, 졸업생들은 친절히 답해주는 반면, 모텔의 ‘불모지’인 학교 학생들은 갖은 불만을 쏟아낸다. “무슨 거기에서 모텔을 찾으려고 하느냐”, “여관만 몇 개 있지 갈 만한 모텔은 없다”는 불평부터 차라리 택시를 타고 이동하라는 ‘깨알’ 같은 조언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느 학교 학생들이 가장 풍족한 밤문화를 누리고 있을까. 서울시내 주요 대학가 중 모텔이 가장 많이 들어선 곳은 신촌이 독보적이었다. 인근에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이 있고, 주택가가 떨어져 있어 신촌역 인근에는 많은 모텔이 성업 중이었다.
특히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 뒤편은 이 지역 대학생들이 손에 꼽는 모텔촌이다. 이 일대에만 34개(포털 지도 기준 추산치)가 영업 중이다. 또 신촌 로터리 남쪽 중앙선 서강대역 2번 출구 뒤편에도 모텔이 제법 많이 들어서 있다. 이 일대에도 20개가 넘는 숙박업소가 들어서 있다. 신촌역에서 이대역으로 가는 길에 드문드문 자리한 모텔까지 합하면 이 일대만 60개 가까운 모텔이 대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일 오전 11시경 <일요신문> 취재팀이 일대를 찾았을 때도 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녀 커플이 모텔에 들고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1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C 모텔 주인 최 아무개 씨는 “80%가 학생 손님이다. 시험기간에만 잠깐 손님이 없을 뿐 성수기 비수기 구분이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서울대 역시 밤 문화로는 뒤지지 않는다. 학교 바로 앞에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지만 학생들이 노는 곳은 따로 있다. 졸업생 김 아무개 씨(26)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자취생이 많아 딱히 어디서 놀지 고민하지 않는 것 같지만, 비 자취생 커플은 대부분 서울대입구역 근처 모텔촌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실제 2호선 서울대입구역 반경 300m 이내에는 25개가량의 숙박업소가 촌을 이뤄 성업 중이다.
한양대 역시 왕십리역 상권과 겹치면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다만 한양대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왕십리역 6번 출구 뒤편 먹자골목 인근에는 모텔이 없다. 먹자골목 인근에 동마중학교, 한양사대부속중고등학교, 덕수고 등이 위치해 모텔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가까운 모텔촌은 왕십리역 1, 2번 출구 뒤편이다. 이 일대 150m 길이의 골목 양쪽으로 20개 가까운 모텔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반면 성균관대가 위치한 혜화동 대학로 일대, 고려대, 중앙대 앞은 상대적으로 모텔이 없어 학생들이 애를 먹는 곳들 중 하나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백 아무개 씨(29)는 “혜화역 근처에는 딱히 갈 만한 곳이 없다. 보통 종로5가 쪽이나 성신여대 쪽을 추천한다”며 “학교가 워낙 산에 있고, 곳곳에 숨을 만한 곳이 많아 해만 지면 커플들이 모텔 대신 캠퍼스 곳곳에 바퀴벌레처럼 숨어 스킨십을 한다”고 기억했다.
고려대 앞 역시 숙박업소는 오래된 여관이 주를 이룬다. 안암역과 고려대역 일대를 다 합쳐도 모텔은 10개가 채 안 된다. 때문에 학생들은 인근 4호선 성신여대역까지 나간다. 중앙대 역시 저렴한 술집과 밥집은 많은 대신, 숙박업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용산까지 원정을 떠나야 한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숙박프랜차이즈 ‘야놀자’ 이현 대리는 “대학가는 모텔에 대한 수요가 확실한 지역이지만, 수도권에는 더 이상 모텔업 허가가 나지 않아 새로 설립하지 못한다. 대학별 모텔 부익부 빈익빈 상태는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대학가 모텔촌 이것이 다르다 “개강 2주 뒤 가장 몰려요” 대학가 모텔촌은 주말, 주중 할 것 없이 불야성이다. 지갑이 얇은 학생들을 잡기 위해 모텔들의 움직임 또한 분주하다. 대학생들을 겨냥해 평일 낮에 모텔을 찾는 손님들에겐 대실 시간을 6시간 제공한다. 보통의 모텔들은 4시간이 기본이다. 또한 오전 10시~정오 사이에 찾는 손님들에겐 8시간까지 제공하는 모텔도 찾아볼 수 있었다. 각종 간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형형색색의 조명을 떼어내고 심플하거나 귀여운 인테리어로 대학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것도 대학가 모텔의 영업 전략이다. 또 학생증을 내면 할인을 해주거나, 도보 손님이 대다수인 학생들을 위해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대학가 모텔촌 주인들이 말하는 ‘피크 시간대’는 저녁 6~8시 사이다. 이른 저녁에 들어온 학생들은 10시 30분~11시 30분 사이에 모두 방을 비운다. 신촌의 한 모텔 주인은 “일반 손님과 달리 학생들은 대실 시간을 꽉 채우고 나간다”고 귀띔했다. 대학가 모텔은 일반 시내와 달리 계절을 타지 않는다. 한 아무개 씨(31)는 “다른 모텔들은 여름이 비수기다. 대학가 모텔은 시험기간만 잠깐 손님이 없을 뿐, 여름과 겨울 구분 없이 손님이 꾸준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텔 종업원은 “가장 손님이 많은 시기는 개강하고 2주 뒤에 가장 몰린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새로 이성친구를 사귀고, 친해지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성년의날, 화이트데이,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이라고 해서 손님이 몰리진 않는 다는 점이다. 앞서의 한 씨는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곤 특별히 숙박 손님이 늘어나진 않는다. 지난 성년의 날(18일)에도 예약문의는 크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근 모텔 계산대를 지키고 있던 최 아무개 씨 역시 “요즘은 모텔 오는 게 너무 흔해져서인지 학생들이 딱히 성년의 날을 기념하진 않는 것 같다. 과거와 확실히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서] |
모텔비는 누가 내야 할까 ‘무조건 남자가’ 옛말 “쿨하게 더치페이” “돈 있는 사람이 내면 되지, 모텔비라고 특별한가? 이런 걸 묻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대학가 모텔 주인들은 “여학생이 계산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한 모텔 종업원은 “예전에는 남자가 계산하면 여자들은 뒤에 멀찌감치 서서 딴청 피우는 게 보통 아니었나. 요즘은 남자들이 더 민망해하며 계산하라고 카드를 여학생한테 내밀기도 한다. 당당히 할인 쿠폰을 내미는 것도 여학생들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종업원은 “여학생들이 더 돈을 잘 버는 것 같다. 여자는 ‘쿨하게’ 카드를 내밀고, 남자가 뒤에 어물쩍 서 있으면 불쌍하기도 하다”고 세태를 전했다. 대학생이 주 회원인 한 온라인 카페에 ‘모텔비는 누가 내나’라는 제목으로 설문글을 올리자 다양한 답변이 달렸다. 한 회원은 “서로 좋아 가는 건데 ‘무조건 남자가 내야 한다’라고 말하는 건 좀 웃긴다. 남자를 위해서 가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답했다. 또 다른 회원은 “당연히 더치 아니냐. 처음엔 남자가 내는 게 매너일지 몰라도 나중엔 자연스럽게 번갈아 가게 되더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남성 회원은 “모텔비는 내가 내고 대신 밥을 얻어 먹는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