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게이 사우나? 잘못 짚었네~
그렇게 백재현은 동성인 남성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서로 연행돼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백재현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자신이 동성애자는 아니며 술에 만취해 실수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백재현은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으며 피해자에게도 거듭 사과했다고 전해진다.
만취 여부에 대해선 다소 주장이 엇갈린다. 백재현은 만취 상태에서 저지른 실수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해당 사우나 직원은 “당시 백재현 씨가 일행과 함께 사우나를 찾았으며 만취 고객은 입장을 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술을 마셨을 수는 있지만 당시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를 담당한 경찰 역시 “술 냄새는 났지만 만취 상태로는 안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간단한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피해자 진술에 문제가 없어 보이는 데다 피의자인 백재현도 범행을 시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피의자가 범행을 시인하고 있어 유무죄를 다툴 사안이 아닌 만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인 데다 범행을 시인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등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검찰이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한다. 법조계에선 벌금형의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성범죄로 유죄를 받은 것이므로 자동적으로 신상정보등록 20년과 취업제한 10년의 부수처분이 뒤따른다. 겸임 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던 백재현은 취업제한으로 교단에 서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관건은 동성을 강제추행한 것이 결국 백재현이 동성애자임을 의미하느냐다. 백재현 측은 술에 취해 실수를 한 것일 뿐 동성애자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거 관련 루머에 휘말리기도 했던 터라 더욱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성정체성에 대한 부분은 본인이 직접 커밍아웃하기 전까지는 억측에 불과하다. 인권 측면에서도 지나친 관심과 억측은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장소가 24시 사우나라는 점에서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는 동성애자들이 많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진 24시 사우나가 몇 군데 있다. 그 가운데에는 종로에 위치한 곳도 있다. 이로 인해 백재현의 강제추행 범행이 벌어진 사우나가 그곳일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확인 결과 이런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사우나는 지극히 평범한 곳이었으며 수면실을 갖춘 24시간 사우나인 데다 위치적인 특성이 더해져 대학생이나 젊은 연극배우 등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명한 곳이었다.
주로 남성 동성애자를 의미하는 게이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사우나가 서울에만 몇 군데 있다. 특히 4대 게이 사우나가 유명하다. 그 사실을 미처 모르고 해당 사우나를 찾았다가 수면실에서 깜짝 놀랐다는 이들의 경험담도 많다. 30대 회사원인 한 남성은 “술을 마시고 인근 사우나에 들어가 잠을 청하기 위해 수면실에 들어갔는데 그곳 분위기가 정말 묘했다”며 “도저히 잠을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냥 나온 일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그런 사우나로 유명한 곳이더라”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최근 들어서는 경찰 단속이 종종 이뤄지기도 한다. 동성애자 사이에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는가하면 게이 사우나 등에서 의도적으로 동성애자에게 접근하는 꽃뱀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여름에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습니다. 사실 경찰에서도 어느 사우나가 게이 사우나이며 그곳에서 종종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어느 정도는 암묵적으로 용인해주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그 즈음 매스컴에서 동성애자 성매매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경찰이 결국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이었죠.”
서울에서 게이 휴게텔을 운영 중인 업주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이 같은 게이 사우나 외에도 게이 휴게텔도 조용히 운영되고 있으며 지금은 많아 사라졌지만 게이 DVD방도 한때 성행했다고 한다. 사회적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해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이 업주의 설명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