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관 자리 내줄게” 현금실탄 장전 완료
신세계는 지난 2012년 11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해 그 다음 달인 12월 ‘신세계면세점’으로 이름을 바꾸어 면세점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4월에는 김해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월 따낸 인천공항 면세점은 오는 9월 개장할 예정이다. 김해공항 면세점은 여전히 적자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2~3년간 신세계는 면세점사업 준비를 차근차근 해온 셈이다.
정용진 부회장. 박은숙 기자
이곳은 85년 역사를 지닌 신세계백화점은 물론 신세계그룹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신세계그룹은 또 지난 14일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300만 주(1.5%)씩, 총 600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 6500억 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경쟁업체들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세계의 이 같은 광폭행보를 경계하고 있다. 경쟁업체 한 관계자는 “후보지로 선정한 곳의 위치도 그렇고 면세점 사업권을 향한 열정도 그렇고 신세계를 가장 두려운 상대로 보고 있다”며 “만약 신세계가 사업권을 따내면 롯데와 신라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을 서울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 우태윤 기자
신세계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면세점 사업이 신 성장동력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유통 부문 신 성장동력으로 면세점이 유일하다”며 “해마다 관광객 수가 증가하는 추세로, 앞으로 5년 동안 호황이 예상되는 사업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면세점을 향한 신세계의 도전은 정용진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사촌남매 간 경쟁 면에서도 흥미를 자아낸다. 면세점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사촌동생 이 사장에게 정 부회장이 도전장을 내민 셈. 만약 신세계가 사업권 하나를 가져간다면 이부진 사장은 라이벌 롯데에 이어 사촌오빠와도 승부를 벌여야 한다. 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용산 아이파크몰을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했다. 설사 대기업에 할당된 2곳을 사촌남매가 나눠 갖는다 해도 충무로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면세점이 들어선다면 신라의 용산 면세점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신세계 다른 관계자는 “롯데나 신라나 업력면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면서 괜한 엄살에 불과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