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쓰는 ‘욘팬’ 12시간 기다려 30초 ‘환희’
▲ 팬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날리는 배용준. 일본팬들은 이 순간을 위해 밥도 못 먹고 대기하고 있었지만 “욘사마는 친절하다”고 입모아 말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배용준의 숙소 삼척 팰리스 호텔 앞에는 이렇게 두 가지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었다. 1백여 명의 일본인 팬들은 하나같이 배용준이 친절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관광가이드나 운전기사 등 한국인들은 배용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 <외출>을 통해 1년4개월여 만에 연기활동을 재개한 배용준은 지난 2월부터 강원도 삼척에서 지내고 있다. 오랜만에 공식 활동에 들어갔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뒷말도 무성하다. 배용준의 삼척에서의 일상을 뒤따라가 봤다.
내외신 관계자 4백여 명이 운집한 ‘현장공개 및 기자간담회’라는 거대한 쇼가 벌어진 다음 날인 3월18일 아침, 기자들은 모두 서울로 떠났고 다시 1백여 명의 팬들만 남았다. 이날 예정됐던 촬영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스태프들은 아침 10시께 짐을 쌌다. 그리고 손예진 역시 10시30분쯤 숙소를 빠져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배용준뿐. 그 역시 이날 서울로 떠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일본 팬들은 아침 7시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배용준은 호텔 정문이 아닌 우측 비상구로만 출입한다. 이를 알고 그 앞에 모인 일본 팬들은 거센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욘사마’를 기다렸다.
다행히 배용준은 자신의 ‘가족’(배용준은 팬을 가족이라 지칭함)들에게 친절했다. 숙소인 삼척 팰리스 호텔 조리부 장삼덕 차장은 “초반에는 배용준씨가 일본 팬들을 피해 007작전을 벌이듯 몰래 호텔을 출입하곤 했다”면서 “추운 날씨에 장시간 기다리다 허탕치는 일본 팬들이 안타까워 호텔 직원들이 부탁해 별도의 출입구를 정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즈음 배용준은 손을 흔들어 주거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누고 간혹 악수까지 해주는 친절을 베풀고 있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할지라도 잠깐이라도 그런 친절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만족한다는 게 일본팬들의 반응이었다.
반면 한국인들의 눈길은 냉담했다. 일본인 관광객 10여 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한 관광가이드는 “아침밥도 못 먹고 점심도 굶은 채 여기서 마냥 기다리고 있다. 자기 가족이라면서 너무한 거 아니냐”면서 “최소한 언제쯤 나올 테니 식사도 하고 따뜻한 로비에서 기다리라고 알려주면 얼마나 좋냐”고 말한다. 관광객을 태우고 온 운전기사들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 영화 <외출> 촬영현장에서 배용준 | ||
결국 배용준이 호텔에서 나온 시간은 저녁 6시30분. 아침 7시께 모인 1백여 명의 일본 팬들 가운데 그때까지 자리를 지킨 이들은 60여 명. 비상구가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배용준은 손을 흔들며 호텔을 떠났다. 12시간 가까운 기다림 끝에 얻은 30초가량의 만남이 일본 팬들에게는 환희의 순간 그 자체였다.
배용준의 차를 쫓아 출발하는 차량들도 눈에 띈다. 배용준이 삼척에서 해남으로 떠날 당시 1백10만원에 택시를 대절해 뒤따른 열성팬들이라니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이런 모습은 촬영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외출>의 주된 촬영 현장은 삼척의료원과 인근 모텔인데 늘 그 앞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친다. 촬영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소음에 민감한 이병하 동시녹음 기사는 “일본 팬들이 워낙 말을 잘 들어 별 문제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삼척 시내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뜻밖에도 ‘덤덤했다’. 삼척에서 촬영을 한다는 데 정작 본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고.
기자간담회가 열린 팰리스 호텔 로비에서 만난 4명의 여고생은 “배용준을 보려고 이곳에 왔지만 평소에는 어디서 촬영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배용준이 좋아서라기보단 우리 마을에서 영화를 찍는다니까 한 번쯤 보고 싶은데 전혀 볼 수가 없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렇게 촬영 현장이나 숙소를 중심으로 한 배용준의 일수거일투족이 일본 관광객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반면 여가시간만큼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 요즘 배용준은 스타크래프트에 흠뻑 빠져 있다고. 제작부 관계자는 “용준씨가 시간만 나면 PC방을 찾는데 소속사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철저하게 비밀리에 움직인다”고 전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손예진과 다소 서먹해 보이는 모습을 보인 탓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배용준과 손예진이 아직도 서먹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제작부 관계자는 “지금은 상당히 가까워졌고 용준씨가 장난을 걸기도 한다”고 얘기한다.
25%가량 진행된 영화 촬영은 한동안 서울 촬영이 진행된 뒤 다시 삼척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영화 <외출>은 5월 말까지 삼척에서 촬영을 진행한 뒤 9월께 동남아시아 10개국에서 동시에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