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은 이름 하나 열 스타 안부러워
▲ 권상우를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드라마 <천국의 계단>.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고 줄거리를 함축적으로 잘 담고 있는 게 좋은 제목이라고. | ||
그러나 그런 행운은 자주 찾아오는 일이 아니라 밤새도록 프로그램 제목 때문에 고민하고 뭐 괜찮은 제목 없나 해서 흘러간 옛 노래부터 최신 유행어에다 심지어 어린 꼬마에게 프로그램 제목에 대해 물어보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뜨고 진 프로그램 제목들의 탄생 비화를 살짝 공개한다.
사람들에게 건강에 대한 정보와 즐거운 웃음을 함께 선사하고 있는 KBS의 <비타민>은 원래 제목이 ‘불로장생의 비밀’이었다. 건강 프로그램이라서 아무래도 ‘불로장생의 비밀’이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것. 그러나 자사에서 방송되고 있는 <생로병사의 비밀>과 비슷하다는 느낌에 ‘비타민’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 <세잎클로버>의 이효리. | ||
이에 반해 두고두고 제목을 잘 지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제목이 있으니, 그건 바로 권상우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다. 당시 드라마를 연출했던 이장수 PD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그는 이 드라마를 성극이라고 생각해 ‘천국의 계단’이라는 제목을 직접 생각해냈고, 드라마 배경음악도 ‘아베마리아’와 같은 성가를 주로 사용했다.
제목을 너무 ‘잘 지어서’ 골머리를 앓는 경우도 있다. 올해 22돌을 맞는 KBS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프로그램 제목 덕에 그야말로 시청자들의 시시콜콜한 궁금증이 쇄도하고 있어 제작진은 만물박사가 돼야 했다고 한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은 어디인가, 내가 사는 동네 이름의 유래를 알고 싶다, 뉴스에 나온 앵커의 이름은 무엇인가’ 등 그야말로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오는 시청자들로 인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는 것.
▲ ‘아우성’의 구성애. | ||
하지만 처음으로 구성애의 ‘아우성’이 MBC의 <생방송! 임성훈입니다>의 수요일 코너에서 선을 보인 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혹시나 시청자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아우성(?)이 될까 염려했던 제작진은, 좋은 평가와 시청자들로부터 걸려오는 문의전화의 쇄도로 인해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런가 하면 야한 제목 때문에 선의의 거짓말을 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이경규와 주영훈이 MC를 맡았던 KBS의 <夜!한밤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제작진에선 이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고위층에서 결재를 해주기 바랐는데 너무 야하다고 제목을 바꾸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대신 나온 제목은 ‘한밤에 만나요’였다. ‘한밤에 만나요? 야 한밤에’ 제작진은 과연 어느 것이 더 나을까 고민에 고민을 했고, 아무래도 ‘한밤에 만나요’보다는 ‘夜!한밤에’가 훨씬 흡인력이 강하고 인상적이라는 결정에 어쩔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것은 바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다른 방송사에서 이 제목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어찌 해야 좋을까요?”
당연히 통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