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붙기 전에 이미 결론 났다
[일요신문] 19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정은 싱겁게 끝이 났다. PK에선 김재경 의원이 나섰고, TK 주자론 주호영 의원이 나섰는데 주 의원이 양보하면서 끝이 났다. ‘PK-TK 목장의 결투’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던 당에서는 다소 맥이 빠졌다며 아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경선에서 진다면 정치적 타격을 크게 입고 내년 총선도 장담할 수 없게 됐을 터인데 하는 탄식이다.
왼쪽부터 김재경 의원, 주호영 의원.
그런데 주 의원이 통 크게 양보했다지만 취재 결과 김 의원의 의지는 역대급이었다. 김 의원은 의원회관을 돌며 새누리당 소속 의원을 거의 한번씩은 만나 예결위원장 출마의 변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리고 예결위원장 선정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26일 예고되자 그 전 주말을 오로지 ‘의원 찾기’에 나섰다는 전언도 있다. 한 정가 인사는 “일요일과, 부처님오신날인 월요일 김 의원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의원의 집을 일일이 찾아 방문했다고 전해진다. 수십 명 의원을 가가호호 방문해 한번만 살려 달라 했으니 어찌 그 의지에 탄복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라며 “죽기 살기로 했다. 주 의원이 포기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경쟁자인 주 의원의 대구 자택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승부는 이미 결정 나 있었다. 주 의원이 박병석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해외 출타에 나섰던 것이 동료 의원들에게 알려진 것. 이를 두고 한 초선 의원은 “한 분은 예결위원장 하겠다며 이리저리 방방 뛰는데 한 분은 야당 의원과 해외에 나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말 하지 않아도 뻔한 결과 아니겠느냐”며 “‘주 의원이 예결위원장 할 마음이 있는가’ 라는 말이 회관을 확 돌았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TK에서도 주호영 예결위원장 만들기에 몰표가 없었을 것이란 말도 회자한다. 대구는 매 총선마다 ‘텃밭 물갈이론’ 분위기가 크게 일어나는 곳으로 의원들 사이에선 ‘저 의원이 죽어야 내가 산다’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주 의원이 경선에 나가 떨어졌다면 TK 의원들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정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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