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문희상 방심하면 뒤집힌다
▲ 4월2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경선에 나선 8인의 주자들이 대의원 표심 잡기에 한창이다. 왼쪽부터 송영길 김두관 유시민 김원웅 문희상 염동연 장영달 한명숙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 ||
조사 결과, 당의장부문에선 문희상 의원이 1위를 차지했지만 ‘문희상 대세론’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고 개혁당 출신인 유시민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2·3위를 기록, 문 의원을 바짝 추격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대의원 23.3%가 ‘부동층’인 것으로 나타나 경선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문희상 의원이 지난 20일 교통사고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아 선거운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새로운 ‘변수’도 생겼다. 또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야권의 출마 예상 후보’로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지사가 각각 1, 2위로 꼽혀, 여당 대의원은 차기 대선구도를 ‘정동영 대 이명박’의 대결로 내다봤다.
당권 ‘당의장·상임중앙위원 후보로 출마한 8명 가운데 지지하는 후보 두 명을 선택해달라’는 질문에 대의원 16.1%가 문희상 의원을 1위로 꼽았다. 대의원 한 명이 두 표씩 투표할 수 있고, 투표결과 최다 득표자가 당의장이 된다. 다음 2~5등까지는 당 지도부인 상임중앙위원이 된다.
따라서 전당대회를 10여 일 앞둔 시점에선 문 의원이 가장 강력한 당의장 후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유시민 의원(13.8%)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11.9%)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형세다. 다음으로 김원웅 의원과 염동연 의원이 각각 8.2%, 장영달 의원 8.1%, 송영길 의원 6%, 한명숙 의원 4.4% 순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 ‘개혁 계열’인 개혁당 출신의 유시민-김두관-김원웅 후보와 재야파인 장영달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데 비해, 문희상 후보를 제외한 염동연-송영길-한명숙 등 ‘실용 계열’ 후보들은 뒤처져 있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이번 조사에서 아직 지지후보 두 명을 정하지 않았다는 ‘미정’(12.4%)과 ‘모름/무응답’(10.9%) 등 이른바 ‘부동층’이 23.3%에 달해 이들의 향배에 따라서 투표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차기 지도부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8.4%가 ‘실업난 해소 등 민생경제’를 꼽았다. 다음으로 ‘국가보안법 등 3대 입법 처리 문제’(20%), ‘독도 영유권과 역사교과서 왜곡 등 대일외교문제’(5.8%), ‘6자 회담 등 북핵문제’(4.8%)라고 응답했고, ‘기타’(8.6%) 의견으로 ‘열린우리당 내부 개혁’ ‘강력한 여당’ ‘정치·정당개혁’ 주문도 있었다.
국가보안법 처리문제에 대해선 ‘4월 임시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라도 강행처리해야 한다’(48.8%)는 견해와 ‘야당과 협의해 적당한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43%)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차기 지도부의 선택에 따라 향후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권 2007년 대선과 관련해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장관은 23.8%의 지지를 받았는데, 2위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지율 7.2%와는 세 배 이상 앞선 수치다. 김 장관에 이어 유시민 의원(4.6%)-이해찬 국무총리(3.2%)-문희상 의원(2.6%) 순이었다.
지난해 7월 퇴임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2.4%)과 홍석현 주미대사(0.6%) 등도 미미한 지지율이긴 하지만 차기 대선 주자군에 포함됐다. ‘기타’(3.2%) 후보로는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김혁규 의원, 진대제 정통부장관, 천정배 전 원내대표 등을 꼽았다. 그런데 ‘모름/무응답’층이 45.6%에 달해 차기 여당의 대선 주자가 누구라고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의원 6.8%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는데, 고건 전 국무총리(76.5%)를 영입대상 1순위로 선택했다.
한편으로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누구를 예상하느냐’는 물음에는 21.1%가 이명박 서울시장을 꼽았다. 열린우리당 대의원은 2005년 3월 현재 차기 대선구도를 ‘정동영 대 이명박’의 대결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에 이어 손학규 경기지사(1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11.2%) 순이었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이명박-손학규-박근혜’ 가운데 한 명이 차기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당 대의원의 복심(腹心)인 것이다.
다음으로 고건 전 국무총리(9.9%)-정몽준 의원(1.7%)-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1.5%)-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권영길 민노당 의원(각각 0.9%)-노회찬 민노당 의원(0.7%)-한화갑 민주당 대표(0.3%) 등이 뒤를 이었다.
▲ 대의원들은 차기 대선구도를 정동영 장관(왼쪽)-이명박 시장 대결로 예상했다. | ||
합당 시기에 대해선 ‘새 지도부 선출 이후 올해 안에 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46.2%로 가장 많았다. ‘합당 명분만 있다면 언제든 괜찮다’고 응답한 대의원도 21.9%였다. 이밖에 ‘2006년 지방선거 이전’이 18.1%, ‘2007년 대선 이전’이 8.2%로 집계됐다.
참여정부 지지도 ‘노무현 대통령의 2년간 국정수행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의원들은 대체로 ‘합격점’을 주고 있다. ‘잘하고 있다’로 분류되는 ‘61~80점’대가 41.2%로 가장 많았고, 이보다 높은 ‘81~100점’도 15.4%로 나타나 과반수 이상이 현 정부의 국정수행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통 수준’인 ‘41~60점’대는 28.2%였다. 반면 ‘0~40점’대의 ‘낙제점’을 준 대의원도 9.6%에 달했다.
그런데 여당 대의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인 만큼 ‘일반 국민’의 평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 2월25일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실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선 노 대통령 집권 2년 동안의 국정수행 평가 점수가 ‘상당히’ 낮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조사에선 ‘잘했다’는 응답보다 ‘잘못했다’는 평가가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국민과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각각의 조사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지만 현 정부가 ‘가장 잘하고 있는 정책’과 ‘잘못하고 있는 정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선 국민과 대의원의 견해가 일치했다. 대의원들은 ‘가장 잘하고 있는 정책’으로 ‘정치개혁’(47.4%), ‘가장 잘못하고 있는 정책’으로는 ‘경제정책’(36.8%)을 꼽았다. 이는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여론조사 결과와도 동일하다.
이렇다 보니 ‘차기 지도부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로도 대의원 58.4%가 ‘실업난 해소 등 민생경제’를 꼽고 있다.
정가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론’에 대해선 무려 80.4%가 ‘찬성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반면 ‘반대한다’는 8.8%에 불과했다. 개헌 반대 이유에 대해선 ‘현행대로 5년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가장 많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열린우리당 전체 대의원 1만3천5백71명 가운데 설문에 응한 5백 명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역별로 정해진 대의원 비율을 감안해서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