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주문은 안방서 교환은 매장서 하세요”
인터넷 면세점 이용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행위를 한 10개 업체에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인터넷 면세점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의 질이다. 사업자들의 극한 경쟁으로 가격은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정작 서비스 질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팔고 보자’는 영업방식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는 것. 가장 큰 불만은 물건 구입 후 애프터서비스(AS)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지난해 제주여행 기념으로 인터넷 면세점에서 40만 원 상당의 해외 브랜드 핸드백을 구입한 이 아무개 씨(여·56)는 AS를 위해 인근 백화점을 찾았다가 핀잔만 듣고 되돌아왔다.
이 씨는 “핸드백을 구입할 땐 전국 백화점에서 AS가 가능하다는 홈페이지 설명을 봤다. 하지만 AS를 위해 백화점을 찾았더니 같은 브랜드라도 면세점과 백화점은 사업자가 다르다며 수선을 거부했다. 면세점에서 구입해놓고 왜 백화점 서비스를 기대하느냐는 말투였다. 결국 집에서 2시간 거리인 시내면세점까지 찾아가 AS를 받았다. 이후론 인터넷 면세점에선 AS가 필요한 고가의 물품은 구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면세점 측은 “홈페이지 설명처럼 면세점에서 구입한 대부분의 제품들은 백화점에서도 AS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부 브랜드는 면세점과 백화점 AS 방침이 달라 종종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우리가 일괄적으로 게시된 AS 안내를 미처 수정하지 못한 부분은 있으나 각 브랜드의 AS 방침까지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면세점만의 혜택 중 하나인 푸짐한 사은품을 두고도 각종 불만이 새어나온다. 품절 핑계로 약속했던 사은품을 지급하지 않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사은품을 제공, 사전 안내 없이 대체품을 보내는 등의 ‘꼼수 영업’ 때문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인터넷 면세점에서 카메라를 구입한 박 아무개 씨(27)는 “4월에 카메라를 결제하면서 배터리, 가방, 보호필름을 사은품으로 받기로 했다. 여행은 5월이라 그때서야 물품을 받았는데 사은품이 몇 개 빠져 있었다. 이유를 묻자 물건을 5월에 찾았기 때문에 4월 이벤트 혜택은 받을 수 없다는 등 횡설수설하더라”며 “사은품 증정을 약속한 결제 페이지를 보여주며 따지자 그제야 한쪽에 쌓아놓은 사은품을 챙겨주었다. 만약 시간이 부족해 물건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거나 항의를 하지 않았으면 사은품을 못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터넷 면세점 이용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자 공정거래위원회도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가 인터넷 면세점 사업체의 영업행태를 조사한 결과 10개 업체가 인터넷에서 소비자의 반품 및 환불요청을 거부하고 허위·과장광고를 하는 등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7일 공정위는 인터넷 면세점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3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제재 대상 업체는 싸이버스카이(대한항공스카이숍), 동화면세점(동화인터넷면세점), 호텔롯데(롯데인터넷면세점), 부산롯데호텔(부산롯데인터넷면세점), 호텔신라(신라인터넷면세점), 신세계조선호텔(신세계인터넷면세점),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항공면세점), 에어부산(에어부산면세점), 에스케이네트웍스(워커힐인터넷면세점), 제주관광공사(제주관광공사온라인면세점) 등이다.
이중 동화면세점,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신세계조선호텔, 에스케이네트웍스, 제주관광공사는 소비자들의 청약철회 등을 거부하는 행위를 일삼았다. 자사 홈페이지에 ‘면세품은 교환 및 환불 불가’ ‘상품인도 후 15일 이내 미사용인 경우에만 확인 거쳐 환불 가능’ 등으로 안내해 반품, 환불을 못하게 유도한 것이다.
또 호텔롯데, 호텔신라, 에스케이네트웍스, 동화면세점은 온라인을 통해 전자문서로 상품주문을 받아놓고선 소비자가 교환·환불시 매장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이용해서만 가능하도록 하다가 적발됐다.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면세품은 환불이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는데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입할 경우 제품 수령 후 7일 이내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상품이 광고나 표시 내용과 다를 경우에는 수령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한편 호텔신라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경쟁사에서도 제공하는 혜택을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가능한 것처럼 거짓·과장된 광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싸이버스카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은 상품 정보 및 교환·반품·보증에 관한 사항 등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 인터넷 화면에 표시해야 할 거래조건조차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부분도 있고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어쨌든 기업별로 감당해야 할 과태료 부담도 적고 혹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유치에 불똥이 튈지도 모르니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