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싸가지’ 해볼래요”
▲ 남상미의 MBC <달콤한 스파이> ‘순애’ 캐릭터 이미지. | ||
남상미는 말을 참 잘했다. 스물한 살의 어린 나이와 데뷔 경력이 3년밖에 안되었지만 조분조분 질문에 대답해가는 솜씨는 여느 쟁쟁한 스타배우들 못지않았다. 말하는 것을 보면 대충 성격도 짐작이 가게 마련이다. 남상미는 차분하면서도 당찬 면모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MBC <달콤한 스파이>에 출연하게 된 사연을 들어보니 남상미의 남다른 당찬 성격이 엿보였다. 그가 맡은 ‘순애’역은 털털하면서도 솔직하고 소박한 인물이다. 연기력을 인정받기보다는 우선 예뻐 보이고 싶은 어린 여배우들이 연기하기엔 포기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무엇보다 처음으로 주인공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가장 큰 부담이 있었어요. 순애는 영화 <강력3반>의 ‘해령’과 같은 경찰이라 비슷하게 보시는 분들도 많은데 여러 면에서 다른 인물이에요. 또 이전에 했던 연기에 비해 감정신들이 많아 솔직히 내가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긴 했어요.”
특히 남상미가 ‘노메이크업’의 얼굴로 연기하고 있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다. 여배우로서 맨얼굴을 대중에게 내보이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쉽지 않았다기보단 어렵진 않았다고 얘기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순애라는 캐릭터가 평소에도 메이크업을 잘 하고 다니지 않아요. 워낙 털털하고 소박한 성격인 데다 삶의 애환도 많이 겪어 왔구요. 그런데 화장에 신경 쓴다면 나 스스로가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화장을 지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 3년 전 <일요신문> ‘잠깐만요’ 인터뷰 당시 모습. | ||
남상미는 함께 출연중인 데니스 오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유일’ 역으로 등장하는 데니스 오는 요즘 남상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데니스 오라버니와는 주로 눈빛으로 의사를 주고 받는다”며 환하게 웃는 남상미는 “그래도 간혹 서로 짧은 영어와 한국말로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달콤한 스파이>로 스타급 배우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이전까지 남상미는 ‘얼짱 출신 연기자’ ‘롯데리아걸’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동안 ‘롯데리아걸’이라는 굴레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어요. 하지만 전 타의에 의해서 연예인이 됐고 그런데 해보니까 적성에 맞아 직업으로 발전시킨 거죠. 그런 점에선 분명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남상미에게 데뷔 전 <일요신문>에 소개됐던 일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그가 한양대 앞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일요신문>의 ‘잠깐만요’라는 코너에 인터뷰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 남상미는 “그럼요. 기억하죠. 그땐 연예인이 되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는데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남상미는 연예인이 되고나니 아쉬운 점도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것.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상미는 앞으로 계속 전진해 갈 생각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언젠가 연기력에 자신이 생길 때 좀 더 과감하고 센 배역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올드보이>의 최민식 선배님의 연기처럼 굉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반항심으로 똘똘 뭉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싸가지’ 없는 인물도 연기해 보고 싶구요(웃음).”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