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삐끗’ 웬만해선 명함도 못 내민다
▲ 유시민 의원. 일러스트=장영석 기자 | ||
[소신형] 노회찬 원희룡 유시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가장 선호하는 정치인은 소신이 뚜렷한 이들이다. 불교방송 <고운기의 아침저널>의 문태준 PD는 “정치인을 인터뷰하는 이유는 특정 사안에 대한 뒷얘기나 정치인 본인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서”라며 “자신의 소신이 뚜렷한 정치인은 예민한 사안에서 뒤로 숨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드러낸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도 물러서지 않는 정치인이 섭외 1순위”라고 얘기한다.
대표적인 정치인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제작진이 손꼽은 노 의원의 가장 큰 특징은 ‘말을 아끼지 않는 거침없는 화술’이다. 게다가 화제 유발 능력도 뛰어난데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한 자극적인 발언이 아닌 뚜렷한 소신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민노당 심상정 의원 역시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의 오동선 PD는 “민노당이 확실한 정치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소속 의원들도 하나같이 뚜렷한 정치철학을 갖고 있다”면서 “또한 아직은 정치인의 때가 덜 묻은 자유로움도 엿보인다”고 얘기한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소신형 정치인에 속한다. 뚜렷한 자기 주장으로 인해 소속 정당의 분위기와 정책에 다소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지만 이를 지혜롭게 풀어가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침착하면서 겸손한 태도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 역시 소신형 정치인이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만난 제작진 가운데 몇몇은 “소신이 너무 뚜렷해 간혹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얘기한다. 또한 너무 노무현 대통령만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가형] 박재완 지병문 이성권 이한구
소신형 정치인의 인터뷰가 ‘속 시원한 해장국’이라면 전문가형 정치인의 인터뷰는 ‘든든한 쌀밥’과도 같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형 정치인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주요 섭외 대상이다. 대표적인 정치인은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 국회에서도 의정활동에 성실한 의원으로 알려진 박 의원은 방송관계자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정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즉각적으로 입법 활동에 나서는 박 의원은 ‘정치 현안보다 정책 개발을 우선시하는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선 지병문 의원이 전문가형으로 손꼽힌다. 그 역시 ‘정치 논쟁보다는 정책 개발에 앞장서는 의원’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한 ‘일본통’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 ‘경제 전문가’로 알려진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전문가형에 속한다.
▲ 노회찬 의원(왼쪽), 한화갑 대표 | ||
다선의원의 경우 그 무엇보다 노련미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노련미를 앞세워 애매한 질문을 잘 회피하는 정치인은 좋은 섭외 대상이 아니다. 그 반대의 경우, 다시 말해 노련미를 바탕으로 자신의 소신과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정치인이 제작진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정치인은 민주당 한화갑 대표. 정계개편의 중심으로 부각한 한 대표는 요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다. 문태준 PD는 한 대표를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인으로 손꼽았다. 그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 넘치는 화술이 인상적”이라며 “언젠가 방송을 녹취해서 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완벽했다”고 감탄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 역시 노련형으로 분류된다. ‘다선의원답게 노련하고 신중함도 돋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오동선 PD는 “노련미와 신중함이 돋보이는 이들은 자칫 소신이 흐려 보일 수 있는 위험성이 있으나 장 의원은 개혁적인 성향을 잃지 않는 범주를 유지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