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종이 회수하는 극빈자, 노동의 가치 인정받게 하려면 국제 수출 활성화해야”
사진=엄백용 밸런스인더스트리 사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밸런스인더스트리를 이끌고 있는 엄백용 사장은 최근 베트남에서 밸런스인더스트리 주최로 세미나를 열었다고 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R.P.M(Recycled Pulp Materials·재생제지원료)의 국제무역동향 및 전망 분석이었다.
베트남에 앞서 지난 3월에는 한국에서, 4월에는 일본에서 각각 세미나를 주최했다. 엄 사장은 “이번 베트남 세미나는 밸런스인더스트리가 아시아에서 재활용자원 수출업체로서 위상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앞으로 매년 1년에 6건의 세미나를 주최하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 2건씩, 중국에서 1번, 베트남에서 1번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에는 한국에서 제10회 세미나가 예정돼 있다.
특히 이번에 일본에서 처음 개최한 세미나는 엄 사장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지난 2010년 처음 밸런스인더스트리가 일본에 진출해 일본의 RPM을 해외 제3국으로 수출하겠다고 말했을 때 모두가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미 일본에서는 도요타, 미쓰비시 등 대기업이 RPM 수출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 한국의 중소 재활용자원 수출업체가 경쟁에 버틸 수나 있겠느냐는 것이다”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대부분이 재활용자원 수출산업 시장에서 도태돼 사업을 철수했다. 반면 밸런스인더스트리는 일본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일본에서 매출규모는 한국에서 규모보다 3배에 이른다. 특히 이번에 나는 제지사, RPM 수출회사, 압축장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일본 고지(RPM) 수출위원회 수출위원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사진=지난 4월 일본에서 세미나를 진행 중인 밸런스인더스트리 엄백용 사장. (제공=밸런스인더스트리)
이어 엄 사장은 “일본에서 세미나를 열어 밸런스인더스트리의 의견을 발표하는 자리에 일본 재활용자원 관계자들을 참관했다는 것은 우리 회사의 성과를 인정받고, 한국인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해 의미가 크다”며 “한편으로는 일본사회가 한국의 중소기업에게도 경쟁의 기회를 공정하게 주고,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재활용자원 수출을 하는 사업가인 엄 사장이 갑자기 세미나를 주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엄 사장은 재활용산업에 대한 인식과 위상의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인류의 환경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우리 세대의 방만한 개발의 결과로 환경이 망가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후손들과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간다. 산업도 인간의 몸처럼 동맥산업과 정맥산업이 있다. 동맥산업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제공한다면, 정맥산업은 폐기물·부산물 등을 다시 모아 찌꺼기는 배출하고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깨끗하게 만들어내는 재활용산업이다. 그동안은 정맥산업의 역할에 대해 등한시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반드시 해야 할 산업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을 돌며 세미나를 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미나를 통해 엄 사장은 재활용산업도 사업으로서 돈을 벌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재활용산업은 아직까지 환경을 위한 봉사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밸런스인더스트리의 성장을 통해 재활용산업도 시장논리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게 하고 싶다. 물론 그들은 나와 사업적 경쟁자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인으로서 세미나를 통해 재활용산업에 대한 분석과 동향을 공유할 생각이다.”
사진=엄백용 밸런스인더스트리 사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특히 엄 사장은 재활용종이를 회수하는 극빈자 노인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폐지를 회수하는 노인들을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노동을 통해 재활용자원을 회수해 다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환경노동자다. 그들의 노동의 가치를 정확히 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어 엄 사장은 이들의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활용자원의 국제수출교역이 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RPM 단가는 수출가에 따라 정해진다. 국제교역이 활발해야 단가가 올라간다. 최근 국내 제지사 경기가 좋지 않아 구매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RPM 단가가 폭락하지 않은 것은 수출시장이 꾸준히 이어져 물동량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지를 회수하는 극빈자들의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활용자원 수출에 규제를 두지 말고 활성화하는 길뿐이다.”
사진=엄백용 밸런스인더스트리 사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엄 사장은 지난 2005년부터 거의 10년 동안 재활용산업에 몸담으며 많이 성과를 이뤘다. “밸런스인더스트리는 일본 내 재활용자원 수출업체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한국의 물동량까지 합치면 아시아에서 세 손가락에 들 것이다. 그중 제지사가 자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가 아닌, 순수 재활용자원 전문 무역업체 중에서는 밸런스인더스트리가 아시아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있다.”
그러나 엄 사장은 앞으로 밸런스인더스트리가 해나가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전망했다. “사람으로서 일생 업으로 할 만한 일을 찾았다는 면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물론 재활용자원 수출사업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다. 법적 규제나 걸림돌이 많다. 또한 사업 진행에 기준이나 사례가 없어 전부 다 만들어야 하기도 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쳐서 그만 놓고 싶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길에서 재활용종이를 회수하고 계시는 노인 분들을 보면 ‘내가 해야지’ 다짐을 하게 된다. 또한 내가 재활용산업에 대해 중요하다고 강조해놓고, 어느 순간 발을 빼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냐. 다른 경쟁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내가 앞장서야 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