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런 세계는 없다! 거인국이건 라퓨타건 흐이늠이건 모순과 부조리가 없는 세계는 없다. 어쩌면 세계는 부조리함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걸 터득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전혀 다르게 사유할 수 있으므로.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살아갈 수 있으므로. 그래서 떠나야 한다.’-<걸리버 여행기> 중에서.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 <열하일기> 등을 ‘로드클래식(고전문학 작품들 중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길’ 자체가 주인공이자 주제인 고전들)’으로 명명하며, 이 고전들을 특유의 현재적 시선으로 새롭게 읽어냈다.
삶 자체가 “길 없는 대지” 위를 걸어가는 여행이라고 말하는 고미숙은 이 ‘로드클래식’ 작품 속 주인공들을 통해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들을 펼쳐 보인다.
예컨대 <서유기> 속 ‘삼장법사와 아이들(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통해서는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그리스인 조르바> 속 조르바를 통해서는 욕망에도 두려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충만한 자유란 무엇이며 어째서 인간은 곧 자유인지에 대해, 해당 고전 텍스트와 우리의 현실을 넘나들며 이야기한다.
<고미숙의 로드클래식>은 고전을 읽는 것이 어떻게 곧 삶에 대한 탐구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고전평론이자 문학비평이며, 삶에 대한 통찰로 가득 찬 에세이다.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