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대신 대표이사 영전
철도공사는 지난해 11월15일 계약이 파기된 뒤 12월6일부터 9일까지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당시 철도청장)의 지시로 유전 인수 계약 과정, 유전 사업 타당성 보고서 존재 유무 등에 대해 집중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왕 본부장이 “알파에코사의 자회사로서 부채가 누적된 페트로사흐와 사할린 6광구에 대한 ‘실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 러시아 현지 대학교수의 보고서를 받고서도 이를 철도청이나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채 계약금을 페트로사흐에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자체 감사를 마친 지 하루 만인 12월10일 왕 본부장은 철도공사로부터 ‘징계’ 등 별도의 내부 조치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철도재단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왜 하필 12월10일이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사회에 참석해 후임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참여한 전임 대표이사는 다름 아닌 신 사장이었다. 앞뒤 정황으로만 따져본다면, 자신이 직접 지시한 철도공사 자체 감사를 통해 유전 인수 계약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으로 드러난 왕 본부장의 실수를 되레 눈감아 준 셈이 된다. 대체 이 같은 인사를 한 배경은 무엇일까.
더구나 당시 재단 이사진에는 최영혜 철도청 차장 등 철도청 고위 간부가 ‘포진’해 있던 상황. 철도공사는 “철도재단의 인사와 철도공사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철도공사의 자체 감사가 왕 본부장의 재단 대표이사 선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