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vs 비박 ‘꼬마 싸움’
호사가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역대 새보협 회장은 TK(대구·경북)에서 독식해 왔기 때문. 지난 6년간 TK가 총결집해 새보협 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고 회원 수 800여 명의 보좌진을 진두지휘해왔다. 특히 TK는 TK 출신 보좌진이 ‘보리모임’(경상도 사투리 ‘보리 문둥이’의 줄임말이란 설도 있지만 보릿고개 때를 잊지 말자는 뜻이 담겼다)을 만들어 총결집함으로써 번번이 경선에서 이겨왔다. 현재 여권에선 대세인 김무성 대표를 등에 업고 J 씨가 큰 힘(?)을 내세워 이 ‘보리 독식’ 구도를 깰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TK는 동요했고, 표심 호소에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J 씨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TK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K(김무성)-Y(유승민) 라인’으로 회자하는 새누리당 지도부 구도는 현재 전략적 제휴 관계다. 김무성 유승민 둘 다 원조친박 핵심부에서 빠져나와 자생력을 기르고 있다. ‘순망치한’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이 둘을 ‘차기’로 점치며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만약 J 씨가 출마했다면 TK 출신의 L 보좌관(나경원 의원실)과 붙게 돼 ‘K-Y’ 싸움의 전초전이 될 것이란 해석이 분분했다.
TK의 한 보좌관은 “대구경북은 정권 창출의 산실이고 보수의 텃밭이다. 혹자는 TK가 너무 다 해먹는다고 하지만 새보협 회장 자리는 그야말로 보좌진의 권익과 단합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며 “그런데 J 씨가 TK 운운하며 지역주의를 내세워 출마하려 한 것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착각”이라고 불쾌감을 보였다.
J 씨는 중도 기권했지만 이번 새보협 회장 선거도 경선이다. 또 다른 L 보좌관(홍문종 의원실·서울 출신)이 등장한 것이다. 작은 ‘K-Y’ 싸움은 해프닝으로 종결됐지만 이번엔 ‘보리 대 고대’의 싸움이자 ‘비박 대 친박’의 결투다. 나 의원실의 L 보좌관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나 의원을 보좌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계파 성향과는 별도로 ‘비박’이 된다. 이 L 보좌관을 총력 밀고 있는 보리모임에서 보좌진 수는 약 50여 명이다.
홍 의원실의 L 보좌관은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홍 의원은 친박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니 그 역시 친박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소속 보좌진 중 고려대 출신은 60여 명이 된다. 결집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두 모임의 각축전은 7월 2일 결판이 난다. TK가 7년 연속으로 새보협 회장에 등극할지, 자리를 내줄지 그 어느 때보다 투표율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