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피임약·마약성 약물 버젓이
‘중고나라’ 카페에는 약간의 화학작용만 거치면 필로폰으로 만들 수 있는 에페드린이 의사의 처방 없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게시글 캡처.
운영진과 경찰의 관리감독이 강화됐지만, 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른 관련 상품 거래 글에 댓글로 판매를 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쓰인다. 실제 ‘로열 살루트 공병을 판다’는 게시글에는 개봉하지 않은 21년산 로열 살루트를 팔겠다며 연락처와 함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담배 역시 교묘한 방법으로 팔리고 있다. 연초 담배를 거래한다는 문의는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전자담배 관련 용품은 여전히 거래되고 있었다. 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 액상이나 퓨어 니코틴도 거래 품목에 올라와 있다. 온라인으로 니코틴이 함유된 담배 제품을 거래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환율 등락을 노리거나,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외화를 거래하는 이들도 많다. 최근 저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외화는 큰 금액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 6월 24일에는 “호주 달러 5000불 거래한다. 호주 은행에 계좌 있는 사람만 받는다”며 500만 원가량의 거래를 한 이도 있었다. 일종의 환치기인 셈이다. 이밖에도 환전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여행하고 남은 엔화, 홍콩달러 등이 소액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더 심각한 건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사후 피임약이나 마약으로 환원할 수 있는 약물까지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물의 경우 종류도 많고, 이름도 다양해 단순 모니터링만으로는 단속이 어렵다. 다이어트나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들이 쓰는 ‘에페드린’이 대표적이다.
에페드린은 체지방 분해와 각성작용에 효과가 있고, 기관지 확장 효능이 있어 감기약으로도 쓰인다. 약간의 화학작용만 거치면 필로폰으로 만들 수도 있다.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 하지만 중고나라 카페에선 주사용 앰플 50개에 8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의사의 진찰과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사후피임약 역시 한 알에 4만 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암암리에 피임약을 구하는 이들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일 것으로 추정돼 문제는 더 심각하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술, 담배 거래는 많이 근절됐지만, 이외에도 많은 상품들이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어 경찰청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또한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품을 올리는 이들은 상당수 사기일 확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