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선 빼고…” 업무방해 논란
재활용자원 수출 기업 밸런스인더스트리가 동부익스프레스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사용하는 전남 광양항 물류창고.
지난 2005년 설립된 밸런스인더스트리(밸런스)는 재활용자원 수출기업으로,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중국·홍콩 등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지난해 12월 당시 동부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와 그 계열사 동부광양물류센터(동부)를 권리행사방해죄 및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한 사실이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밸런스는 동부광양물류센터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광양항의 창고 및 부대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부 측은 계약기간 만료를 빌미로 2배로 폭등된 임대료를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자 불법적으로 업무방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밸런스는 지난 2011년 전남 광양항을 일본 수출을 위한 기착지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광양항에는 이미 동부익스프레스의 계열사 동부가 폐지압축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부는 사업실적이 나오지 않고 상황이 어려워지자, 밸런스에 자신들의 사업권한을 인수해 경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밸런스는 동부와 전남 광양시 도이동의 창고와 사무실, 압축기·집게기 등 장비 및 부대시설에 대해 2011년 8월 29일부터 2014년 8월 28일까지 사용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광양항에서의 재활용자원 수출입 물동량이 증가하는 등 사업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문제는 밸런스와 동부의 임대차 계약이 끝나가는 시점에 발생했다고 한다. 동부는 지난 2013년 12월 밸런스 측에 “임대차 계약이 2014년 8월 28일 종료되니 사전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지했다. 이어 2014년 6월에는 “임대차 계약 종료일 이후 창고 운영 계획에 따라 화주들과 사전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니, 계약기간 연장이 불가하다”며 “계약 종료일 이후 사용 시에는 현 계약단가보다 2배 인상된 단가로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밸런스 역시 지난해 7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광양시 등 관련기관과 광양항 배후단지 투자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물류창고 부지를 50년 장기임대를 받아 물류창고 건립을 준비 중에 있었다. 하지만 물류창고 공사에 시간이 걸려, 기존의 동부 창고에서 바로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밸런스 측은 지난해 7월 28일 “영업소의 급격한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니, 동부 측의 일방적인 임대차 계약 종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되 동부에서 제시한 계약단가 2배 인상은 인상률이 과도하게 높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설명하며 임대차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사무실과 창고를 계속 이용했다.
그러자 동부는 밸런스를 상대로 건물명도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한편, 법인통장에 대해 가압류를 가하는 등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특히 광양사업장의 계근대를 이용해 밸런스의 업무를 방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계근대는 밸런스인더스트리가 매입하는 재활용 종이와 압축폐지 등의 중량을 측정하는 장치로 광양사업소 업무에 필수적이다.
밸런스인더스트리는 동부인터스트리가 재활용 종이와 압축폐지 등의 중량을 측정하는 계근대 사용을 고의적으로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왼쪽은 계근대 센서 고장 CCTV 영상 캡처. 오른쪽은 덮개를 열지 못하도록 용접한 모습.
밸런스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5일 오전 평소대로 계근 프로그램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량표시 부분에 에러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밸런스에서는 수리업체를 불러 수리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동부 측 직원이 “계근대는 자신들 회사의 자산이므로 수리하지 말라”며 “이는 동부 입장이 아니라 서울 동부익스프레스 사장으로부터 직접 지시받은 사항”이라고 말하며 수리를 저지했다.
하지만 계근대 사용이 시급했던 밸런스는 수리를 했고, 수리업체 담당자로부터 “센서를 조절하는 단지 안에 선이 빠져 있었다”며 “고의적인 조작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사건 다음날(12월 6일) 계근 프로그램의 중량 부분에 또 에러가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부 직원들이 계근대 덮개를 열지 못하도록 용접을 해, 기계적으로 분리하지 않는 이상 수리도 불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며칠 후 동부 측은 계근대 위에 차단봉을 설치하기도 하고, 심지어 12월 15일에는 컨테이너를 계근대 위에 올려놓아 밸런스인더스트리가 계근을 할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결국 밸런스는 광양사업소로 들어온 재활용 종이나 압축폐지를 다른 계근소로 옮겨 무게를 측정하는 바람에 불편함과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차 계약은 자동갱신되기 때문에 밸런스는 계근대를 사용할 적법한 권리가 있다”며 “또한 동부 측에서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소송 진행 중이므로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판결에 맡겨야 한다.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계근업무를 방해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밸런스는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를 상대로 권리행사방해죄 및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광양경찰서는 지난 4월말 동부익스프레스의 대표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했고, 동부의 사장과 팀장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현재는 이 사건은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밸런스는 당장 컨테이너를 치우고 계근대를 사용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법원에 동부를 상대로 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4부(부장판사 정상규)는 “밸런스의 신용도가 저하되고, 물량 입고량과 거래선이 감소한 것이 동부가 계근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행위 때문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또한 동부가 밸런스의 업무를 불법적으로 방해했다고 하더라도 금전전 배상에 의해 충분히 피해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밸런스 측은 법원의 판단에 반발해 항소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동부 측에서 처음에 폐지압축사업을 하다 잘 안되니까 우리 회사에 넘긴 것이다. 그런데 밸런스의 재활용자원 수출 사업이 잘되니까, 사업을 뺏을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부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드릴 말이 없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