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행차에 지역신문 호들갑
▲ 지난 4월13일자 <빌트 프랑크푸르트>의 노무현 대통령의 독일 방문 기사. 이 신문은 기사에서 노 대통령의 방문이 매우 호화롭다고 꼬집었다. 지면 오른쪽 위에 있는 사진이 노 대통령이 묵었던 호텔 객실 내부 모습이다. | ||
자신을 독일 유학생이라고 주장한 이아무개씨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이씨의 글이 다름 아닌 최근 독일을 방문한 노 대통령의 의전을 다룬 프랑크푸르트의 한 지역신문 기사 내용을 근거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이씨의 글을 근거 삼아 자신의 홈페이지에 ‘독일 교민- 노무현 대통령에게 분노하다’는 제목으로 노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파문은 정가의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 대변인은 이 글에서 “노 대통령이 진짜 서민 대통령인지를 묻고 싶다”며 “혹시 무늬만 서민이면서 실체는 ‘사치스런 귀족’ 혹은 ‘야누스적 정치인’이 아닌가 싶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씨가 인용한 기사는 프랑크푸르트 지역에서만 발간되는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 프랑크푸르트> 4월13일자에 4~5면에 걸쳐 게재됐다. <빌트 프랑크푸르트>는 기사보다는 사진 위주로 제작되는 신문. 문제의 기사는 노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4월13일 오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기에 앞서 이 신문에 실렸다. 일종의 예고 기사였던 셈.
노 대통령 의전을 다룬 이 기사의 제목은 ‘Der nette Herr Roh In Frankfurt lebt er auf ~(친절한 미스터 노, 프랑크푸르트에서 보낼 그의 호화로운 생활)’. 다소 선정적인 제목에서부터 기사의 흐름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프랑크푸르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 한 분이 납시기 때문이다”라고 서두를 연 뒤 “노 대통령이 65명의 기자들과 80명의 대표단과 함께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다”고 전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이씨가 전속 요리사에 대한 기사 내용을 인용하면서 “80개 가방을 갖고 왔다”고 밝힌 것은 잘못된 해석이었던 셈이다.
기사 두세 번째 단락에서는 “수행원 중에는 ‘노무현 기호음식’의 재료들을 가방 한 가득 담고 온 요리사도 포함되어 있으며 숙소인 인터콘티넨탈 호텔측이 요리사에게 호텔 내 주방에 따로 개인 요리 공간을 마련해주기까지 했다”, “노 대통령은 마실 물까지 한국에서 직접 가지고 왔다. 또 24시간 대기하는 과일 담당 조리사도 따로 있다”, “객실 구석구석은 생화로 가득하다” 등의 내용이 소개됐다.
대통령 숙소를 언급하는 단락에서는 “매우 호화스럽다”며 숙소 의전 사항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묵을 호텔 객실은 대통령 요구에 따라 객실 구조가 개조됐다”, “침실 내에는 대통령 부부를 위한 분장실과 의상실이 준비돼 있다”는 내용. 특히 이 단락에서는 “단 하룻밤을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해야 ‘미스터 노’께서 기뻐하신다”는 비꼬는 투의 ‘문구’까지 섞여 있다.
일단 이 기사를 근거로 노 대통령을 공격한 이씨와 전 대변인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통령이 그럴 수 있느냐”는 의견과 “지역신문 기사라는 점에서 신빙성에 의심이 들고, 만약 기사가 맞는다 해도 대통령이면 당연히 그런 수준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기사가 노 대통령의 방독 후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친 기사가 아니라 미리 작성된 일종의 ‘예고 기사’라는 점, 그리고 기사 곳곳에 기자의 감정이 개입된 듯한 문구가 등장한다는 점은 기사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문제의 글이 일으킨 호화 의전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측은 관례상 전속 요리사를 대동했는지 등 구체적인 의전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적인 의전 과정이었다. 지역신문 보도가 다소 선정적이었으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