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세계 각국에 스파이웨어(해킹 프로그램)을 공급해온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회사 ‘해킹팀’이 자사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해당 해킹팀의 스파이웨어를 우리 국정원이 구매한 것으로도 파악돼 논란이 상당하다.
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에 스파이웨어를 공급해온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회사 ‘해킹팀’이 해커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자사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킹팀은 이날 공식 성명에서 “지난 6일 해커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고객 명단 등의 자료가 노출됐으며, 해킹 공격의 결과로 그동안 관리해오던 자사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해 심각한 위협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킹팀은 “해킹으로 유출된 정보는 모두 공개될 수 있다”면서 “고객들도 이 시스템의 사용을 일시 중단하고 수사 정보 자료 등을 보호하는 조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킹팀 스스로 자사의 해킹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알리자, 파장은 거세게 일어났다. 특히 문제가 된 스파이웨어 구매자 명단에는 한국의 ‘5163부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5163부대는 국정원이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위장 명칭 가운데 하나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해당 스파이웨어를 구매하기 위해 ‘8억여 원’을 지출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해킹팀 유출 문건에 따르면, 5163부대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해킹팀에 총 68만 6400유로(8억 6200만 원)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5163부대는 2012년 1월 5일에는 ‘RCS’라는 인터넷 스마트폰 도·감청 프로그램을 27만 3000유로(약 3억 4300만 원)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해킹 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조만간 밀라노 검찰은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