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책임 분산…업무 효율 극대화”
김병준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의 노무현 대통령 국정운영 스타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일명 ‘보고 총량제’를 요구했다. 보고 총량제는 대통령이 하루에 받을 보고량을 열 건 이하로 한정하고 나머지 모든 업무는 참모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물론 처리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구조이지만 참모의 권한과 책임이 그만큼 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4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김병준 정책실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정책실을 맡았을 때 해당 부처만 오십 개에 이르고 수석실도 매일 보고가 올라왔다. 나 역시 보고 총량을 서른 개로 한정하고 나머지 업무는 각 수석실과 장관이 자율적으로 업무 처리를 하도록 했다. 자율권은 배려의 의미라기보다 실질적인 청와대 업무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이런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끊임없이 자신의 과제가 무엇인지 찾아 나섰다. 지방 균형 발전, 행정 복합 도시 이전, 권력 기관 개혁, 남북 관계 개선, 동북아 균형외교 등의 국가적 과제를 주요 정책으로 만들어냈다. 이런 하드웨어적인 정책을 제외하고 대 국회 관련 정무 사안이나 부처별 주요 사안은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에게 대폭 위임하고 그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우 청와대 참모들(이른바 3인방은 제외)이나 장관들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하다. 참모들이나 장관들은 소신 있게 일을 하지 못하고 대통령 눈치보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된 주요 정책의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통령은 집권 기간도 중요하지만 집권 이후에 국가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대통령이 참모를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에 따라 자율적 국정운영의 성패가 갈린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은 ‘절대 신뢰는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청와대 시스템을 바꾸고 국민을 믿듯이 참모와 장관에게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과제를 하루속히 찾아가길 바란다.”
김병준 교수의 진심 어린 충고에 청와대가 어떤 화답을 할까.
전계완 정치평론가 jkw6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