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지저귀자…3분 만에 민원 해결
스페인 남부 작은 마을 ‘훈’에 가면 트위터 로고인 ‘래리’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인구 3500명의 작은 마을이 온통 ‘래리’로 뒤덮여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마을이 트위터로 소통하고 운영되는 이른바 ‘트위터 마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을 전체가 ‘트위터 행정’을 펼치고 있기 때문인 것.
트위터가 공무원과 시민들 사이의 소통 창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였다. 처음에는 그저 지역 소식을 전하는 창구로 이용됐지만 이제는 지역의 개발 상황을 알리거나 구인 광고를 올리거나 심지어 학교 급식 메뉴까지 알려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은 트위터를 통해 병원 진료를 예약하고, 소비자 불만 신고를 접수하고, 범죄 신고도 한다.
사정이 이러니 경찰을 포함해 마을의 모든 공공 서비스 기관은 저마다 트위터 계정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순찰차 보닛에는 ‘@PoliciaJun’이라는 트위터 계정 주소가 적혀 있으며, 거리 청소부는 청소를 마친 후 ‘비포 & 애프터’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전송한다.
호세 살라스 훈 시장 역시 개인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34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살라스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민생을 일일이 직접 챙기고 있다.
살라스 시장은 “트위터가 정부의 효율성을 더 높여준다”고 말하면서 무엇보다도 즉각적이고 신속한 민생 해결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가령 지금까지 살라스 시장이 시민들의 불만 사항을 해결해준 최단 시간은 3분 30초였다. 한 주민이 트위터에 잘못 설치된 가로등 사진을 올리자 3분 30초만에 보수를 해준 것.
‘트위터 행정’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살라스 시장은 “우리는 지난 300년 간 스페인의 관공서에 만연해 있던 관료주의를 ‘래리’라는 파랑새 한 마리로 타파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페인을 비롯한 라틴계 나라의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국가에 대한 불만을 어떻게 토로해야 할지를 잘 모르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대개는 인근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서 시장이나 대통령에 대해서 험담을 늘어놓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트위터 덕분에 직접 나라를 상대로 불평을 늘어놓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 정치인들도 더욱 성장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마을 전체가 ‘트위터 행정’을 펼치고 있다. 순찰차 보닛에도 트위터 계정 주소가 적혀 있다.
교육 및 체육부서의 세르지오 곤잘레스 역시 ‘트위터 행정’의 효율성에 대해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트위터는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고 시민들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다름이 아니라 트위터에서는 평등 시스템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는 모두의 의견이 시장의 의견과 동등하게 중요시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는 시민의 건의 사항이 트위터에 올라오면 대개는 수분 안에 답을 해준다. 간혹 한 시간 넘게 답을 올리지 않으면 시민들이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들을 하곤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즉각적인 소통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 행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심리학자인 톰 스튜어트는 “인터넷에 늘 접속해 있거나 또는 늘 즉각 대답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오히려 부담이 된다면 정신이 산란해지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살라스 시장의 ‘트위터 통치’ 모델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SNS를 통해 ‘구식의 낡은 시스템’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정치인과 정부가 이런 변화의 과정에 발맞추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청취와 적극적인 응답을 원하는 요즘 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살라스 시장은 “트위터를 통한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의 모델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우리가 이룩한 것에 대해 많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실제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현재 이 작은 마을의 독특한 소통 방식은 세계 각국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가령 MIT 미디어 연구소의 경우 훈 마을을 대상으로 ‘SNS가 대도시의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는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소도시가 아닌 대도시에서도 ‘SNS 행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