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소비자인 팬들이 가장 원하는 상품은 사실 연예인의 사생활입니다. 각종 스캔들이나 사생활 관련 루머에 대한 소비자의 호기심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반면 생산자인 연예인 입장에선 가장 팔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자신의 사생활 관련 사안입니다. 따라서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들은 생산자인 연예인이 직접 생산하는 대신 매스컴이나 정체불명의 루머 메이커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곤 합니다. 이렇게 매우 기형적인 형태의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고 있는 까닭에 연예인의 사생활 관련 사안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등 낮은 제품 완성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자신의 사생활을 CF 콘셉트로 활용한 연예인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배우 김태희가 그 주인공입니다. 최근 김태희의 친동생인 배우 이완은 한 CF에서 “우리 누나 김태희의 휴대폰 번호입니다”라며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폰 번호를 일부 공개했습니다. 이는 아카펠라 그룹의 목소리가 들어간 휴대폰 버튼음으로 김태희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다는 설정으로 싸이언에서 새로 출시된 ‘아카펠라 뮤직폰’의 효과적인 홍보를 위한 CF 콘셉트입니다.
역시 소비자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한동안 ‘김태희 휴대폰 번호’라는 단어가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고 CF에 나오는 버튼음을 바탕으로 추정한 김태희 휴대폰 번호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장난스러운 CF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말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문제 제기하던 연예인이 CF를 위해 자신의 사생활을 판매하는 모습이 묘한 뉘앙스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신과 관련된 악성 루머를 퍼트린 네티즌을 고소했던 김태희가 이번 CF에서는 사생활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는 부분 역시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