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지는 인터뷰’ 그들에게 물어봐
▲ 연정훈(왼쪽), 이요원 | ||
스타들 혹은 매니저들이 싫어하는 질문은 대개 가족이나 이성 친구 관련 질문 그리고 병역 관련 질문 등이다. 이런 민감한 질문을 던지려 하면 어김없이 매니저의 강력한 태클이 들어오곤 하는데 먼저 현재 군복무에 한창인 연정훈의 군 입대 전 인터뷰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몇 년 전 하지원과 함께 영화 <키다리 아저씨>를 촬영 중이던 연정훈. 공교롭게도 연예인들의 병역비리파동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터라 자연스럽게 유학파 군 미필자인 연정훈의 병역 문제에도 관심이 쏠렸다. 인터뷰 일정이 잡히고 작가에게 받은 질문지에는 ‘군대는 언제쯤 가는지 혹은 안 가는지 그리고 병역 기피한 스타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나름대로 집요한 질문들이 적혀있었다.
매니저의 입장은 당연히(?) ‘병역 관련 질문은 철저히 자제해달라’였다. 그런데 필자는 연예인 군 문제에 관한 기획 특집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어떻게든 병역 관련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 결국 몇 분가량 실랑이가 오간 뒤 병역 관련 질문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당시 잔뜩 억울한 목소리로 “우리 진짜 (군대) 갈 거예요. 정말 갈 거예요”라던 매니저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마치 리포터가 아닌 병무청에서 나온 조사관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은 머쓱했던 게 사실이다. 아무튼 얼마 후 연정훈은 정말로 현역 입대를 했고 현재 PX병으로 국가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 그래도 그냥 인터뷰에서 직접 확실히 군대 갈 거라고 시원~하게 말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톱배우 채시라와 김승우를 인터뷰할 당시에도 매니저의 독특한 통제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들의 요구는 ‘가족 얘기는 해도 되나 아이 이름은 노출시키지 말아 달라’는 것. 이유인즉 연예인의 자녀가 아닌 한 명의 평범한 아이로서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채시라의 딸과 김승우의 딸을 지칭할 때 그저 ‘따님’이라고 부르며 인터뷰 한 기억이 있다.
이런 철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김승우의 딸 이름이 매스컴에 공개되고 말았다. 타 방송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취중토크 코너에 출연했던 김승우가 부인 김남주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술기운에 그만 딸의 이름을 부르고 만 것이다. 그로 인해 베일에 가려진 김승우 딸의 이름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됐다.
인터뷰 당시 너무 심한 매니저의 ‘컷!’ 소리로 인해 아예 인터뷰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 영화배우 이요원이 바로 그 주인공. 결혼 이후 한동안 연예계를 떠났던 이요원과의 인터뷰가 한 CF 촬영장에서 이뤄졌다. 그 전날부터 매니저는 ‘가족 관련 얘기는 일절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됐다. 그런데 결혼한 스타의 따뜻한 가족 이야기는 인터뷰에서 빠질 수 없는 대목. 이를 두고 매니저와의 실랑이가 계속됐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인터뷰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또한 인터뷰가 이미 끝났는데 방송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오는 매니저도 있다. 한번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주인공인 영화배우 A 양과 B 씨를 인터뷰했는데 그날 저녁 A 양의 매니저로부터 ‘우리 인터뷰 분량은 방송하지 말아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인터뷰가 가수 출신 B씨의 연기자 변신에만 집중됐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영화배우 C 씨는 영화에서 지나친 편집으로 예상보다 출연 분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불평을 토로한 후 앞으로 영화 홍보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이미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하지 말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다.
리포터가 엉뚱한 질문을 던져 매니저에게 혼이 나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로 연기자 데뷔를 선언한 비와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본래 데뷔작으로 알려졌던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어떻게 진행 중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가 면박을 들어야만 했다. 알고 보니 당시 비는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 <바람의 파이터> 출연이 무산된 상황이었다. 결국 <바람의 파이터>에는 비가 아닌 양동근이 출연했다.
참으로 웃지 못할 기억이 왜 이리 많은 것인지. 또 앞으로도 넘어야할 산은 얼마나 많은 것인지, 정말이지 스타와의 인터뷰는 어려움의 연속이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