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사망한 국정원 직원 임 아무개 씨가 데이터를 ‘딜리트(delete)’ 키를 눌러 지운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0년 경력의 IT 보안 전문가인 임 씨가 사망 직전 자료를 삭제하면서 단순히 ‘딜리트 키’만 눌렀다는 주장에 대해 갖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23일 <CBS>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에 확인해본 결과, 임 씨가 완전히 삭제한 게 아니라 딜리트 키를 누르는 식으로 일부 데이터를 지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일부 데이터가 지워진 것은 맞는데, 그게 디가우징 등 원천적 삭제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복구가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이 이원은 임 씨가 지웠다는 데이터가 사찰 대상자의 이름인지 등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이름을 지웠든 뭘 지웠든 분명한 것은 딜리트 키로 했다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의원은 “이번 주말쯤이면 복구가 끝날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들도 곧 국정원에 가서 관련사항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야당이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정원 측은 이번 주말 중으로 데이터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중 국회에 관련 사항을 보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년 경력의 IT 보안 전문가인 임 씨가 사망 직전 자료를 삭제하면서 쉽게 복구될 것을 뻔히 알고도 단순히 ‘딜리트 키’만 눌렀다는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식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파일을 완전 삭제하기 위해서는 ‘디가우징(자기장을 가해 하드디스크를 훼손하는 방법)’ 등 특수한 방법이 사용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하지만 임 씨의 경우 딜리트 키만사용한 배경에 갖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숨진 임 씨의 파일 삭제 방식이 논란이 되는 것은 이 ‘삭제된 파일’과 복구 등에 이번 사건 진상규명의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임 씨는 유서에서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삭제된 파일 내용과 삭제 방식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