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아이들 거둔 ‘부처’ 흑심 못참고 ‘늑대짓’
2004년 A 스님과 동자승의 사연이 뉴스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A 씨가 홀로 동자승을 키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반면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며 아이를 맡아달라는 사람도 늘어났다. 대부분 미혼모이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들이었다. 이유 없이 몸이 자주 아파 동자승이 되었거나 큰스님이 될 운명을 타고 났다며 아이를 맡기는 할머니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었다. A 씨는 그 또한 인연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을 거뒀다.
2000년대 초반 10여 명의 동자승과 함께 생활하던 A 씨의 사연이 조금씩 신문과 방송 등에 소개되면서 각계각층의 후원이 이어졌다. 비닐하우스였던 사찰도 2층짜리 동자승 숙소와 법당 등으로 규모도 조금씩 커졌다. A 씨는 동자승 수십 명의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정기적으로 쌀을 기부하는 등 선행을 베풀면서 명성도 쌓았다.
A 씨의 사찰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TV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방송에 출연한 A 씨는 자신에게 보내진 동자승들을 큰 수행자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방송 이후 A 씨가 주지로 있는 사찰에는 한동안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전화도 수십 통씩 걸려왔다.
실제 방송 이후 A 씨의 사찰에는 40여 명의 동자승이 함께 생활하게 됐다. 갓난아기부터 중학생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결국 법당마저 동자승들의 숙소로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A 씨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40여 명 동자승들의 예방접종 날짜를 일일이 챙기고, 승합차에 태워 1주일에 두 번씩 목욕탕에도 데려갔다고 한다. 그는 “동자승 1000명을 부처에 귀의시켜 부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꿈”이라고 늘 이야기했다.
그러나 동자승들이 늘어나고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시련도 이어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A 씨는 수많은 고소와 고발에 시달려야 했다. 대부분 ‘A 씨가 어린이들을 강제로 스님을 만들려고 한다’, ‘아이들을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데 무리하게 보육을 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었다. A 씨는 근 2년을 법원에서 고소와 고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을 소명해야했다. 그 사이 50여 명에 달한 동자승 부양이 어려워진 A 씨는 30여 명의 동자승들을 서울과 지방의 사찰로 보냈다.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8년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찰지도감독 중 A 씨의 사찰이 무허가 아동복지시설이라는 이유로 해산명령을 내렸다. 평소 “순수하게 스님이 될 사람들만 생활하고 있는 사찰이 사회복지법인 시설이 되면 자칫 순수성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해 왔던 A 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로 인해 A 씨는 양육 중이던 일부 동자승들을 친부모나 다른 복지시설로 보내야 했다. 이후 A 씨는 남은 동자승들을 친자로 입양하는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23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동자승들을 살뜰히 보살펴온 것으로 알려진 A 씨가 자신이 입양한 동자승인 B 양을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것이다. 전남 장성경찰서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A 씨가 B 양을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첩보가 있어 내사를 진행해 왔다”며 “A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지만, 혐의에 대한 증거와 진술 등이 확보된 상태다. 추가 피해가 있는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20여 년을 ‘동자승들의 아버지’로 살아 온 그였기에 이번 소식은 세간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때 A 씨의 사찰과 동자승들을 후원했었다는 최 아무개 씨(54)는 “사찰을 방문할 때면 동자승들이 먼저 달려 나와 ‘어디서 왔느냐, 이름이 뭐냐’ 물어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아이들이 밝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보였다”며 “최근 불미스러운 소식을 듣고 주변에서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 또한 무척이나 놀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더 이상 큰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A 씨의 사찰에서 생활하던 나머지 22명의 아이들은(남자 19명·여자 3명) 전원 격리돼 보호받고 있다. 전남 장성군청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동자승 전원 모두 격리시켜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 방학이라 등교를 하지 않아 심리적 안정을 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현재 보호하고 있는 동자승들 모두 A 씨가 친자로 입양한 상태라 추후 친부모들이 파양소송을 할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복잡해지더라도 아이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여러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