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 ‘웹’에서 또 한번 인기사냥
그동안 부침을 겪은 강호동으로서는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최적의 호흡을 나눈 파트너의 손을 잡았고, 나영석 PD 역시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신 서유기>에는 가수 이승기와 은지원, 개그맨 이수근도 참여한다. 모두 ‘1박2일’을 함께 했던 원년 멤버들이다. 이로 인해 방송가에서는 <신 서유기>를 ‘1박2일’의 새로운 버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1박2일’ 원년 멤버들이 출연하는 <신 서유기> 예능 프로그램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방송된다. 왼쪽부터 이수근, 이승기, 강호동, 은지원.
# 강호동 은퇴 및 복귀 후 ‘뚜렷한 성과’ 없어
2011년 강호동이 세금 탈루 의혹에 휘말려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뿔뿔이 흩어졌던 이들의 4년 만의 재회는 비밀리에 추진돼 왔다. 특히 강호동은 그동안 지상파 이외의 채널에는 출연하지 않고, 나영석 PD 역시 ‘1박2일’을 끝으로 KBS에서 퇴사해 CJ E&M으로 이적한 점에서 둘의 재회는 ‘불가능’해 보였다.
더욱이 이수근은 2년 전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에 휘말려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몇 차례 복귀 시도를 했지만 적합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상태다. 이승기 역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강호동과 줄곧 호흡을 맞춰왔지만 그가 은퇴한 이후에는 드라마 등 연기 활동에만 집중해왔다. 또 다른 멤버 은지원은 이혼 소식을 전했고, 음반 활동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나영석 PD
강호동을 포함한 출연자 4명과 나 PD는 23일 밤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만났다. <신 서유기>를 함께하기로 의기투합한 이후 처음으로 한데 모인 자리였다. 이전까지 프로그램의 내용과 진행 방식에 대해 전혀 정보를 듣지 못했던 출연자들은 이 자리에서 나 PD로부터 촬영 일정 등을 처음으로 전달받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강호동과 이수근 등이 출연할 때 ‘1박2일’ 시청률은 30% 가까이 오를 때도 있을 만큼 굉장한 인기를 얻었고 제작진과의 팀워크도 아주 좋았다”며 “본의 아니게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멤버들이 많았고 그렇게 아쉬움을 갖고 언젠가 다시 뭉치자고 얘기해왔는데 그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는 데, 높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 스타들 ‘낮은 자세’로 참여
스타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마다, 대대적인 홍보와 물량공세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 서유기>의 출발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자는 데에 먼저 뜻을 모았다. 콧대 없는 스타들이 ‘낮은 자세’로 나서는, 이례적인 프로그램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각오를 나눈 데는 이유가 있다.
이승기(왼쪽)와 나영석 PD가 함께한 모습. 이승기 인스타그램 캡처.
이수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활동 복귀 움직임이 포착될 때마다 찬, 반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여론의 추이를 살펴야 하고, 대중의 반감을 얻지 않는 최상의 선택을 해야 한다. ‘강호동 나영석 카드’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은퇴와 방송활동 중단, 회사 이적 등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4년 동안 여러 부침을 겪는 가운데서도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해온 점은 <신 서유기> 탄생의 원동력이 됐다. 여러 조건을 따지지 않고 나영석 PD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배경 역시 이런 신뢰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8월 초 중국으로 출국한다. 아직 구체적인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현지에 일주일가량 머물면서 처절하게 깨지고 부딪히는 일상을 살다 돌아올 예정이다. 프로그램 제목에서 짐작되듯, 중국 고전 <서유기> 속 상황을 빗댄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 전망이다. 방송 시점은 8월 말 혹은 9월초로 예상하고 있다.
방송가에서 이들의 재회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프로그램의 방송 형식 때문이다. 나영석 PD가 몸담은 tvN을 통해 방송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쉽게 말해 ‘인터넷 방송’인 셈이다. 여러 명의 스타와 몸값 높은 연출자가 뭉친 예능 프로그램이 안정적인 수익과 시청률이 보장된 TV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으로 방송되는 건 처음이다. 그만큼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다.
<신 서유기>의 한 제작관계자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 시청자의 시청 방식이 변화하고 있고 짧은 분량의 영상으로 TV 프로그램을 즐기는 시청 층도 늘어나는 환경을 반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60~70분에 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웹 드라마의 형식을 빌린, 일종의 ‘웹 예능’ 탄생이다.
방송가에서는 이들의 재회와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나영석 PD는 최근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청춘> 시리즈는 물론 <삼세세끼>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예능의 유행을 주도하는 기획자다. 새로운 포맷에 도전해 일정 부분의 성과를 거둔다면 그 여파가 예능 프로그램 제작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