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은 “A 씨의 이혼 의사가 확고하고 B 씨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점 등을 보면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또 B 씨가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A 씨에게 인색하게 굴고 배려가 부족했지만, A 씨 역시 속으로 불만을 쌓아가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해 A 씨와 B 씨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다.
월급을 모두 부인에게 갖다 주고, 한 달에 10만 원에서 20만 원씩 용돈만 받으며 생활해 오던 A 씨는 병원에 가기 위해 치료비를 달라고 했지만, 별거 중이던 아내가 돈을 보내주지 않는 등의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A씨는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 4000만 원을 받아 이사비 등으로 쓰고 나머지 3800만 원을 B씨에게 송금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부담하는 2800만 원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를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이를 갚지 않고 그냥 보관했다.
앞서 1심에서는 A 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 씨의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는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재산분할은 각자 명의대로 소유권을 확정하되 B씨가 보관하는 A씨의 전세자금 대출 채무 2800만 원만 돌려주라고 명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