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참여정부 ‘날개’를 달아라
▲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외교와 내치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 ||
오는 6월 정동영 장관의 방북 때 남북정상회담 카드가 본격적으로 제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지난 중순에 이뤄진 남북차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은 북측에 은밀히 정상회담과 관련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의 한 고위 소식통은 차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이 북측에 ‘북한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을 빽빽이 적어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소식통이 전한 북한측에 대한 우리측의 의향 전달 내용.
“…우리 정부는 미국측에 이렇게 얘기한다. 북한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가 통일 비용을 계속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남북 어린이들이 키가 15cm나 차이가 난다. 북한 어린이들이 두뇌 발달이 잘 안되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런 상황을 누가 다 떠맡나. 피붙이가 굶어죽고 있는데 어떻게 참고 있느냐. 그걸 어떻게 다 무시할 수 있나. 이런 상황들을 당신네(북측) 지도부에 전달해 달라….”
즉 차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은 북측에 국제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북측을 보호하려 하는지에 대한 노력을 절실히 전달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북측에게는 이 과정에서 결국 남북정상이 만나 풀어야 할 과제가 있고 그것은 더 이상 늦춰질 수 없다는 뉘앙스를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이런 의사 전달이 정동영 장관의 의중에 의한 것임은 분명하다. 정 장관은 지난해 말부터 북측에 세 차례 남북 회담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이달 초에 서한이 전달된 뒤 북측은 당국간 회담 재개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정 장관은 또 지난해 12월 개성공단과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6자회담 성사를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는 특히 대북전략에서 ‘투 트랙(Two-track)’을 언급하며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대북정책 추진을 강조하고 있어 정상회담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음이 감지됐다.
정 장관의 한 측근은 “정 장관이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희망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남북 차관급회담 결과 오는 6월 평양과 서울에서 남북장관급회담을 갖게 될 정 장관은 지금 자신의 정치적 행보의 모든 포커스를 정상회담 카드에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남북 정상회담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핵심 사안이다. 새해를 맞아 노 대통령의 ‘승부수’가 남북정상회담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권의 한 인사는 “지난 총선 당시 입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축소된 지지기반과, 복잡한 지금의 정국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 카드’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데 여권 안팎의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계속해 “남북정상회담은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과 재보선 참패 등 정국 난맥상이 이어지면서 국민 여론이 현 정부에서 크게 멀어진 점도 개선할 수 있는 카드로 뽑힌다”고 말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된다면 남북관계에서 오는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 퍼주기’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유효적절한 카드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북관계에서만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고의 업적을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정부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정치적 실리를 챙기면서 남북관계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는 호재임에 분명하다. 김일성 조문파문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부여된다. 그만큼 북한 문제가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정부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6자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리드하게 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정상회담은 가능한가. 야권의 한 정보통은 “올해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뭔가 비밀스러운 중요한 작업이 추진중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특히 5년, 10년 등 소위 `꺾어지는 해’를 중시하는 북측은 지금까지 6·15 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남측 행사 공동준비위측에 “6·15 공동선언 성사에 기여한 `주암회’ 인사들을 초청해 달라”고까지 요청한 상황이다.
주암회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특별 수행했던 인사들의 모임으로 당시에는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참여정부 핵심 요직을 맡고 있는 이해찬 국무총리를 포함,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문정인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 위원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평양행 비행기를 타게 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은 더욱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권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정상회담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또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미 공조를 공고히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서만큼은 우리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포석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밖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서훈 정보관리실장이 최근 국정원 전략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놓고 대북 전문가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 국장은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대북채널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정동영 장관의 6월 방북 때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정지작업의 하나로 읽힌다.
허소향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