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쓰나미’ 연예계 덮친다
▲ 드라마 <푸른물고기> 제작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낸 고소영. 최근 국세청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연예계 역시 4~5년 주기로 다가오는 재난급의 대형 사건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사전 감지만 될 뿐 정확한 예보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최근 연예계엔 대대적인 세무조사라는 재난이 엄습해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관련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지만 ‘설마’하는 시선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고소영이라는 톱스타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설마’는 ‘공포의 현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새 연예계의 핵심 키워드는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한 ‘스타 권력화’와 우회상장을 중심으로 한 ‘연예 기획사의 기업화’였다. 이를 바탕으로 연예계가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지만 만만찮은 문제점을 노출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문제점이 하나둘 대두하기 시작하면 상당한 위기에 내몰릴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그 위기의 시작이 대대적인 세무조사일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일요신문>에선 ‘연예인 탈세수법 백태’(753호 참조)라는 기사를 통해 위기에 대한 예보 시스템을 가동한 바 있다.
세무조사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거론되며 연예 관계자들의 재난에 대한 예고를 시작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는 2007년이 갖는 시기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16대 대선을 앞둔 지난 2002년 검찰이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수사를 벌였듯이 대선과 총선으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2007년에도 대대적인 ‘정부 발 연예계 이슈’가 대두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
국세청이 가장 먼저 손을 대기 시작한 부분은 ‘연예기획사의 기업화’를 주도한 코스닥 우회상장이었다. 지난해 11월 국세청이 우회상장을 통해 수익을 내고도 세금을 적절히 내지 않은 혐의가 있는 7~8개의 연예기획사(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이 증권업계를 통해 알려진 것. 이는 곧 관련주의 주가하락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당시 국세청은 이미 9월경에 몇몇 대형 연예기획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해 추징세액 통보 절차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9월 우회상장과 관련된 연예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한 국세청이 11월경 그 범위를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연예기획사의 우회상장에 대한 세무조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과거 검찰의 연예계 비리수사가 발휘했던 폭발력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다. 게다가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우회상장을 통해 기업화된 연예기획사의 경우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해왔고 어느 정도의 충격은 감안하고 있는 분위기라는 얘기도 들려왔다.
이렇게 국세청의 연예계 세무조사가 재난이 아닌 잠시의 돌풍으로 끝나나 싶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고소영이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스포츠칸>이 지난 28일 오후 고소영이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에 출두해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정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것. 고소영은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재력가로 지난해 12월 <일요신문>은 ‘고소영 100억대 건물 신축 중’(760호 참조)이라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고소영이 조사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게다가 고소영 측은 세무조사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연예인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고소영의 이름이 불거진 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특별히 고소영에게 조사할 부분이 많아서라기보단 여러 명의 연예인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하필이면 그가 조사받은 사실만 매스컴에 노출됐다는 것.
국세청이 인기 연예인의 세무조사에서 역점을 두는 사안은 크게 두 가지 정도다. 우선 ‘개인 기업형 연예계 활동’이라는 편법을 이용한 탈세다. 예를 들어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으로 매니저 역시 해당 회사 직원인데 이를 개인적으로 고용한 매니저로 위장하는 편법으로 거액을 탈세하는 방법이다.
또한 연예기획사를 통해 각종 방송 및 광고 출연 섭외를 따내고도 기획사와 연예인 간 소속 관계가 없는 것처럼 꾸며 실제 활동내역과 수입 등을 숨기는 수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 톱스타들은 유명세를 활용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를 띄우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회상장 등으로 연예계에 주식 열풍이 부는 과정에서 일부 톱스타들이 부당한 방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데 대한 국세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
또한 연예기획사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더욱 폭넓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우회상장 및 주가조작 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줄이기 등의 수법을 통한 법인세 누락, 영화 등 각종 문화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행해진 세금 포탈 등에 대한 혐의까지 조사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이런 국세청의 대대적인 연예계 세무조사는 예상외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인기 절정의 톱스타들이 거액을 탈세했다는 루머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서민층의 비난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세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안이라 고수입자로 분류되는 인기 연예인이 거액을 탈세했다는 사실은 성실하게 납세하고 있는 서민층을 분노케 할 사안이다.
또한 톱스타를 둘러싼 각종 루머에 대한 실체가 국세청 세무조사로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2년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 여자 연예인의 성상납 관련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대두돼 전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러나 그 실체가 밝혀지진 못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검찰 수사와 성격이 달라 이 같은 민감한 사안에 집중할 순 없다. 다만 연예인의 재산 형성 과정을 철저히 파헤칠 경우 루머로 나돌던 성매매 내지는 부유층 인사들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