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이어 또 ‘잡음’ ‘국제시장’ 원작자 주장 김창의 씨 “내 방송 포맷 도용”, CJ E&M “미 프로그램 구입해 방영 뒤 벤치마킹해 제작”
CJ E&M의 ‘스토리온’에서 지난해 방영한 ‘아트 스타 코리아’.
당시 이 기사는 지난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설한 ‘기획창작 아카데미’에 졸업 작품으로 제출된 영화 기획서 <차붐-차범근과 파독 광부 이야기>가 <국제시장>과 주요 소재 및 모티프 면에서 유사하다는 근거를 들어 <국제시장>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같은 달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표절 논란이 <국제시장> 등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CJ E&M이 운영하는 채널에서 지난해 방송한 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표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시장>의 원작자라고 주장하는 김창의 감독(필명)이 이번에는 자신이 지난 2009년 저작권 등록한 방송 포맷을 CJ E&M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김 감독은 이미 2007년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 오디션 방송’ 포맷을 만들었다. 그는 <일요신문>과 만나 “당시엔 없던 미술 오디션 방송포맷인 ‘Artist of War’를 창작했고, 같은 해 3월 이 작품을 KT 디지털 콘텐츠 공모전에 응모했다”며 “이어 지난 2009년 8월 저작권 등록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위원회 등록 시스템에 따르면 김 감독은 자신의 본명으로 지난 2009년 8월 6일 ‘Artist of War(예술가 경쟁 리얼리티쇼)’ 제호의 방송 포맷을 저작권 등록했다.
2년여 뒤인 지난 2011년 CJ E&M의 ‘스토리온’ 채널은 미술 오디션 형식을 띤 미국 방송 ‘Work of Art’를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0년 미국 브라보 TV를 통해 방영된 것으로 CJ E&M이 직수입해 방영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저작권 등록한 방송 포맷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개인이 미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CJ E&M 측에 전화를 걸어 방영을 하지 말고 원작자인 자신과 협의하자고 제의했다. CJ E&M 측은 협의를 거절했다. 단순 수입 방영한 CJ E&M 측에 크게 문제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을 안 김 감독은 같은 해 10월 자신의 방송 포맷 기획서의 이름을 ‘Art Battle’로 개명해 서울문화재단 창업팩토리 2기에 응모해 선발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13년 10월 CJ E&M에서 직접 ‘현대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당신의 도전을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으로 ‘ART STAR KOREA’ 지원자를 모집한 것이다. 우승자에게는 창작 지원금 1억 원, 가나 컨템포러리 개인전 개최, 해외 레지던시 연수 기회, 장흥 아뜰리에 2년 입주 기회 등 화려한 혜택이 주어지는 경연이었다. 김 감독은 이 시점부터 CJ E&M 측의 본격적인 표절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김 감독은 프로그램 제작진을 통해 같은 해 12월 26일 CJ E&M 법무팀 저작권 담당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CJ E&M 측은 김 감독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ART STAR KOREA’를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총 12부작으로 방영했다. CJ E&M 측은 김 감독의 작품을 표절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Work of Art’라는 완제품 형태의 프로그램을 구입해 방영한 후 이것을 벤치마킹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이 맨 처음 시작한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가 유사한 형태의 다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확산됐지만 문제 삼기 곤란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CJ E&M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우리 회사 법무팀 관계자들이 기획안을 들고 온 김 감독과 회의를 했던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저작권 침해라는 것은 아이디어와 표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이디어 부분에서는 소재의 유사성만 갖고 표절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것이 표현됐을 때 프로그램 진행 방식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말 유사함을 갖고 있는지 등을 갖고 판단하게 된다. 김 감독의 기획안은 표현 자체가 안 된 것이라 저작권 표절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시 회의에서도 법무팀 담당자들은 김 감독에게 법률과 실제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점 등 전반적인 설명을 해 줬고 당시 김 감독 본인도 인지를 하고 돌아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