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꺼질 때마다 파경설 ‘부글부글’
▲ 지난 96년 결혼을 발표하는 김희애 이찬진 씨. | ||
90년대 후반 한국 사회에선 강남 테헤란로에서 시작된 벤처 열풍이 무척이나 거셌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으로 각광받으며 탄생한 벤처 기업들이 코스닥 열풍을 타고 신화창조에 나섰기 때문. 소위 벤처 1세대라 불리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벤처 열풍이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그들 역시 금세 유명인사가 됐고 인기 여자 연예인과의 결혼으로 숱한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벤처 열풍은 잦아들었고 벤처 1세대 CEO들의 명암도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한 것. 안타까운 사실은 하필이면 여자 연예인과 결혼한 벤처 1세대 CEO 상당수가 ‘명’이 아닌 ‘암’ 쪽으로 분류됐다는 부분이다. 심지어 당시 증권가에선 ‘여자 연예인과 결혼하거나 스캔들에 휘말린 CEO의 벤처기업은 안 된다’는 속설이 나돌기도 했을 정도다.
요즘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김희애는 벤처 1세대와 결혼한 대표적인 여자 연예인이다. 잘나가는 연예인은 구설수를 피해 가기 어려운 법일까. 요즘 김희애 부부의 파경설이 흘러나온 바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 노출까지 불사하는 농도 깊은 애정신으로 사실적인 불륜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 파경설의 증거라는 ‘한심한’ 해석도 일부에서 떠돈다.
김희애의 남편은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다. ‘아래아한글’ 워드 프로세서를 개발해 90년대 벤처 신화를 이룩한 벤처 CEO 1세대인 이 대표는 지난 96년 김희애와 결혼해 열 살, 아홉 살짜리 아들 둘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다.
▲ 한때 파경설이 나돌았던 이지은 이진성 부부. | ||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이들 부부의 파경설의 원인에 대한 또다른 해석을 접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이 대표의 사업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그가 대표로 있는 드림위즈는 지난해 12월 잠실 소재의 사무실을 강 건너 강변역 인근으로 옮겼고 직원도 120여 명에서 90여 명으로 줄였다. 게다가 올해 1월에는 5분의 1 무상감자를 실시해 76억 원이던 자본금이 15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무언가 회사 경영이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를 띠고 있는 셈. 게다가 드림위즈가 2004년 이후 다시 적자로 돌아서 매년 4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재계에선 이런 변화가 회사 경영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몸짓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요즘 재계에 KTH의 드림위즈 인수설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소문처럼 KTH가 드림위즈를 인수할 경우 이 대표는 제3의 전성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직원 수 감소와 감자를 통한 자본금 축소 등도 이를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당장의 모습만 두고 이 대표의 회사가 어려워 이들 부부가 파경 위기에 처해 있다는 얘기는 현실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 별다른 잡음이 없는 황현정 이재웅 부부. | ||
이는 하나의 ‘설’이었을 뿐 사실이 되진 않았다. 2003년 이지은은 강남에 어린이 전용 머리방 ‘지아모’를 오픈해 사업가로 변신했고 이 전 대표 역시 강남에서 커피 판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이들 부부는 3800만 원의 세금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의 인기코너 ‘고액체납과의 전쟁-38세금기동팀’에 이들 부부의 집이 나온 것. 이 전 대표가 3800만 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고액체납자라 38세금기동팀이 이들의 집을 찾은 내용이었는데 방송에서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나돌아 관계자들 사이에선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결혼 이후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부부 관계를 유지해온 이들로는 황현정 아나운서-이재웅 다음 사장 부부가 손꼽힌다. KBS <9시 뉴스> 앵커이던 황현정 아나운서와 대표적인 벤처 기업가인 이 사장은 지난 2001년 숱한 화제를 뿌리며 결혼식을 올렸다. 다음은 ‘여자 연예인과 결혼하거나 스캔들에 휘말린 CEO의 벤처기업은 안 된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결혼 이후 프리랜서를 선언한 황현정 아나운서 역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