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침실토크 ‘장안이 시끌시끌’
비밀의 장벽 안에 숨겨져 있던 부부의 성생활에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리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 <박철쇼>의 촬영 현장을 찾아갔다.
최근 <박철쇼>가 대담한 성담화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박철쇼>는 게스트와 MC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1:1 토크 코너와 주부들이 직접 출연해 부부간의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랑의 기술’ 코너로 구성돼 있다. 한동안 공중파 TV에서 높은 인기를 끌다 최근 시들해진 1:1 토크쇼 방식을 시도하는 <박철쇼>는 이순재 신해철 김수미 양희은 등 좀처럼 예능오락프로그램에서 만나기 힘든 호화 게스트들이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박철쇼>가 장안에 화제를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2부 코너인 ‘사랑의 기술’ 때문이다. 이 코너에는 출중한 외모의 주부 스무 명이 ‘철‘’s 패밀리’라는 이름의 주부토크단으로 출연하는데 그들이 털어놓는 솔직한 부부 성생활 경험담은 깜짝 놀라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주제도 ‘자위행위’ ‘오르가슴’ ‘야동’ ‘구강성교’ 등으로 방송용으로는 다소 파격적 내용들이다.
그들의 대담성은 솔직한 부부 성생활 경험담에 그치지 않는다. 단독 출연도 모자라 남편의 손을 잡고 동반 출연하는 대담성을 보여주는가 하면, 몰래카메라 형식의 실험카메라에 남편을 출연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들이 정말로 평범한 주부인가 싶은 의구심을 갖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녹화 시작을 한 시간가량 앞둔 시간, 기자는 그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철‘’s 패밀리가 모여 있는 대기실을 찾았다. 대기실에서는 철‘’s 패밀리의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분장하랴 옷 갈아입으랴 또 작가들의 질문에 대답하랴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들의 수다는 그치지 않았다. 주된 수다 내용은 이날 방송 주제인 구강성교. 특히 철‘’s 패밀리 중에서도 대담하기로 소문난 한 주부가 듣고만 있어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야한 경험담을 털어놔 대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실제 만나본 철‘’s 패밀리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부들로 구성돼 있었다. 서로 일주일에 한번 만나 녹화하는 일이 전부지만 마치 십년지기 친구처럼 허물없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일일이 먹을 것을 챙기는 모습이나 기자의 눈병까지 걱정해주며 혹 배고플까 김밥을 건네는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평범한 가정주부들이었다.
늘씬한 키에 귀여운 얼굴의 한 주부는 “언니들과 <박철쇼>를 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하루 만에 친해졌다”며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주부라는 공통분모가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고 얘기한다. 또한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에 당당히 맞서면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점도 이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줬다.
신세대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주부는 “‘야동’을 소재로 했던 방송분을 보더니 남편이 야동을 함께 보자고 하더라(웃음). 예전에 비해 성관계에 관련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게 됐고 부부 금실이 더욱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처음에는 아내의 <박철쇼> 출연을 반대했던 남편이 지금은 매주 의상 구입비로 10만 원을 지원해주고 있을 정도란다.
▲ <박철쇼>의 한 장면. 미모와 끼를 갖춘 주부토크단 ‘철’s 패밀리’가 남편과의 침실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놔 화제다. | ||
이처럼 철‘s 패밀리의 멤버들은 남편의 동의하에 또는 적극적인 협조 하에 <박철쇼>에 출연하고 있었다. 20명의 철’s 패밀리 중 남편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는 멤버는 단 3명뿐. 심지어 최근에는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신의 아내를 내보내달라는 극성 남편들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의문점은 탤런트 뺨치는 외모에 모델도 울고 갈 몸매를 가진, 게다가 부부의 성에 대해 거침없는 경험담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주부 스무 명을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철‘s 패밀리가 되기 위한 조건은 외모와 끼, 그리고 남편의 동의다. <박철쇼> 제작진의 정재윤 팀장은 “첫 방송 한 달 전부터 진행된 철’s 패밀리 오디션에 많은 주부들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남편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었는데 출연을 동의해준 스무 명의 남편들 가운데는 검사 변호사 의사 등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의 남성들이 상당수였다”고 얘기한다.
처녀시절 모델선발대회의 최종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철‘s 패밀리의 한 주부는 “면접에서 프로그램의 수위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고 그 후에 남편의 동의를 꼭 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도 끼가 없으면 할 수 없기 때문에 간단한 테스트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숨겨진 비밀은 철’s 패밀리 가운데 상당수가 ‘SBS 모델선발대회’ ‘도전! 주부모델’ 등에 참여했다가 아쉽게 탈락했던 이들이라는 것이다. 제작진이 방송관계자들을 통해 이들 대회에서 아쉽게 탈락한 주부들의 명단을 입수해 그들에게 출연 제의를 했던 것. 이들이 평범한 주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약간의 배신감이 들었지만 이들은 주부 이름표를 달면서 접어야 했던 처녀시절 꿈을 <박철쇼>를 통해 실현하고 있었던 셈이다.
남편의 반대에도 꿋꿋하게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철‘s 패밀리의 한 멤버도 이와 같은 이유로 프로그램 출연을 고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녹화장에 올 때마다 “오늘은 그만두고 와. 내가 회사에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겠다”는 남편의 불만이 쏟아진다는 그는 “주변의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박철쇼>에서 만난 언니들과 수다 떨면서 간식을 먹는 재미에 안 올 수가 없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철’s 패밀리의 맏언니 격인 한 주부는 “주부들은 남편 뒷바라지에 아이를 키우느라 개인시간을 가질 틈이 없다”며 “이 프로그램은 우리들에게 엄마, 아내가 아닌 누구누구 씨로 불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물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프로그램 전면에 내세운 <박철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철‘s 패밀리가 아닌 일반 방청객으로 녹화에 참여한 50대 주부는 “보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50~60대 주부들이 듣기에는 거침없는 철’s 패밀리의 입담이 거북했다는 것. 그러나 그는 “25년 가까이 남편과 살았지만 몰랐던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사랑의 기술’ 코너가 성관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는 데 기여한 점만은 높이 샀다.
건전한 부부의 성관계 정립을 위한 <박철쇼>. 겉으로는 자극적이고 화려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니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는 주부들의 일상 이야기가 전부였다. <박철쇼>가 3045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