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비용을 줄여야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여력이 생긴다며 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혁’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받아 13일 공개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에 따른 채용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4년간 신입사원 채용률은 2012년을 제외하곤 임금피크제 미도입 기관이 도입 기관보다 한결같이 높았다.
임금피크제 도입 기관과 미도입 기관의 신입사원 채용률은 2010년엔 각각 2.95%와 3.28%, 2011년엔 5.23%와 5.66%, 2012년엔 6.94%와 6.12%, 2013년엔 6.26%와 6.77%, 2014년엔 6.27%와 7.1%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무작위로 48개 공공기관을 골라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이 가운데 18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공공기관 임금피크제가 청년 신규 채용에 끼치는 영향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 입법조사처는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와 신입사원 채용률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과관계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입법조사처의 보고서 내용은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청년고용 확대’ 정책 기조와 상충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대국민 담화에서 “내년부터 60살 정년제가 시행돼 인건비가 늘어나면 기업이 청년 채용을 늘리기가 어렵다”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5월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임금피크제 인원만큼 추가 고용’하는 방식으로 2년간 8000명을 신규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지금껏 공공기관의 인건비·정원을 경영평가에 연동해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를 채용과 무관한 임금 삭감 수단으로만 활용하던 방침을 일거에 뒤집은 것이다.
우원식 의원은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 효과가 전혀 없다는 국내외 여러 전문가 연구결과가 다시 한 번 사실임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는 아버지 월급 빼앗아 자식 월급 주겠다는 친재벌적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질 높은 일자리 창출정책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